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kimtag 님이 넘기신 바톤입니다.

 저번주에 받은 바톤이지만,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늦어버렸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몬헌 때문에 많이 늦어졌습니다. 근데 그렇게 열심히 해도 매진고피는 안나오잖아? 난 안될꺼야, 아마....



1.최근에 생각하는 'BONES'

 사실 예전에 본즈는 저와 취향이 맞는 작품을 만드는 집단이었습니다. 라제폰으로부터 시작해서, 강철의 연금술사,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 오란고교 호스트부까지 일본 애니이긴 하지만 독특한 감각과 센스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냈고, 적절한 오락성과 주제의식을 적절히 버무릴줄 아는 회사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생각하는 BONES는 한마디로 진정한 '오타쿠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좋아하는 분야에서 소재를 뽑아 작품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자기만의 코드를 집어넣을 줄 아는 독특한 집단이라구요.

 물론 제가 높게 평가하는 애니메이션 회사 4군데ㅡ본즈, 프로덕션 I.G, 매드하우스, 가이낙스ㅡ들도 나름대로의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IG 쪽은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매드하우스는 이것저것 닥치는데로 만들어내지만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가이낙스는 오타쿠 적인 소재를 유쾌하게 표현하는데 재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즈는 그들 중에서도 정말 독특한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각 작품에 '대중문화에 대한 자신들의 새로운 해석'을 가미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에우레카 세븐은 70~80년대 히피 코드와 애시드 문화의 기조를 토대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소울이터는 최근 90년대의 미국 대중 음악이나 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구요. 아야카시 아야시는 기존의 사극물을 영웅이나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찐따들의 이야기로 재해석한 작품이며, 스컬맨이나 20면상의 딸은 과거 일본 대중문화의 형태를 띄면서 반 제국주의적인 색체를 띈 기이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런식으로 그들은 자기 작품에 독특한 자기만의 코드를 집어넣는데 성공적입니다.

 사실 이런 해석을 하게 된 것은 스트레인져:무황인담 서플먼트나 에우레카 세븐:포켓 속에 무지게가 가득 의 감독의 코멘트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실상 에우레카 극장판을 음악적인 리믹스 작품으로 봐달라는 감독의 코멘트나, 다양한 영화에서 인용을 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그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뭔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한 줄로 줄이자면, 요즘 제가 느끼는 본즈는 자신의 작품에 다른 회사들과 다른 독특한 코드를 집어넣는, 독특한 집단이라는 겁니다.



2.이런 BONES는 감동!

 저는 원래 감동의 역치가 한없이 낮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적당히 감동적인 장면이나 신파적인 장면이 나와도 눈시울을 붉히죠. 사실, 제가 본즈 작품은 언제나 감동을 받습니다. 사실 본즈 뿐만이 아니라 감상하는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대해서 감동을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해 감동을 더 받는 부분이 있다면, 인기에 상관없이 무너지지 않는 꿋꿋한 작화력과 장인정신(심지어 본즈의 흑역사인 아야카시 아야시 조차도 작붕이 일어나지 않았으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진짜 정말 궁금한데, 이사람들은 남들 몇배나 더 좋은 작화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렇게 마이너한 작품을 만들고도 먹고살 수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물론 스퀘어 에닉스라는 엄청난 돈줄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에선 정말 BONES의 장인정신에는 혀를 내두릅니다. 정말 이 사람들은 모든 자기 작품을 사랑하는거 같아요.



3.직감적으로 BONES

 직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진정한 오타쿠 집단이며, 자신들이 아는걸 제대로 만들줄 아는 집단'입니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 오타쿠 세대의 현 계승집단인 '아키바 계'(친구 표현을 빌린 건데, 도대체 이게 뭘까요...아시는 분은 댓글 좀;)와 다른 예전 시대의 얼마 안 남은 진성 오타쿠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상  아키바 계 쪽이라 할 수 있는 교토 애니메이션이나 A.I,C(진짜 이렇게 표현하나요? '이럴 것이다'라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거라서;)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좋아하는 BONES

 매년 두작품 이상 꼬박꼬박 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정말로요.



5.이런 BONES는 싫다.

 저는 항상 강조하듯이, 감동과 만족의 역치가 한없이 낮은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제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인간으로 알고 있는 것도 같은데, 절대 아닙니다. 제게 작품 감상의 기준은 딱 두가지 입니다. 감동과 재미. 이거 두개중 하나만 만족시켜도, 저는 작품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고 작품의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합니다. 법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무죄추정의 원칙(혐의가 완전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무죄이다=작품이 재미나 감동 둘중 하나만 있어도 무조건 좋은 작품이다)에 입각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거죠. 사실, 완벽한 건 세상에 없으니 있는 것만으로 어떻게든 만족하고 살아야지 세상이 편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에 어떤 작품이든 왠만한 단점이나 문제점은 많은 부분 눈감아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태까지 본즈의 작품에 실망을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여러가지 의미로 경악스러웠던('미친! 이런 소재와 내용이 토요일 오후 6시에 방영된다고?'에서부터 '미친! 뜬금없이 저기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이야기는 왜 나오고 지랄이야!'까지) 아야카시 아야시 마저도 제 감상을 이야기할 때 본즈에게 '실망했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경악했다'라는 표현을 쓰죠. 실상 아야카시 아야시라는 작품이 지향하는 지평이 너무 분명했고, 그것이 불러일으킬 결과 또한 분명했습니다(당연히 TV 방영하다 중도하차, 끝은 급하게 OVA로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화도 붕괴시키지 않고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그들의 자세를 보고, 저는 그들에 대해서 도저히 실망할 수가 없더군요.

 다만 제가 우려하는 본즈는 있습니다. 그건 현재와 다르게 자기 노선을 잃은 본즈 입니다. 실상 지금의 대부분의 애니 제작사들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루 하루 똥이나 쳐 만드는 기계'에 불과합니다. 대충 허접한 퀄리티로 유행하는 코드 들만 때려놓고 이 작품이 저 작품인지, 저 작품이 이 작품인지 햇갈리게 만드는 작품들을 양산하는 현재의 작태를 저는 대단히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쓰레기들은 언제나 존재해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명작들은 엄청난 쓰레기 더미 위에 놓인 작품들이죠. 하지만 요즘은....그게 대단히 심하다고 느껴지는군요.

 저는 본즈의 작화력이 나빠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제가 두려워 하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애정을 잃고, 자신만의 고유한 색체를 잃는 것입니다. 한때 에반게리온 이후 애니메이션 계에 있어서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이 나왔던 선라이즈의 황금기(천공의 에스카플로네에서부터 플라네테스 까지)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끝이 나버렸으니까요. 결국 본즈 또한 주류가 되지 못하고, 가이낙스 처럼(개인적으로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등의 시기에 나온 가이낙스 작품은 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서운 슬럼프의 길로 접어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기에 저는 그들이 언제까지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6.세계에 BONES가 없었다면?

아마 애니 자체에 관심이 없었겠죠. 사실 상 애니는 본즈로 입문하고 본즈 이후의 다양한 작품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니까요.



7.BONES 이후에는 무엇이?

 아마도 지금 추세라면 미국 비주얼 노벨이나 유럽식 예술영화 혹은와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하이브리드 코드의 작품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도 본즈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런 느낌의 작품이나 코드를 여기저기서 잘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실제 매드하우스나 I.G 쪽에서 추구하는 것도 그런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8.마치며....

 딴 건 필요없고, 젭라 에우레카 7 DVD 한국 출시 좀......



바톤 누구한테 넘겨드릴까 음....

일단 giantroot 에게 영국 음악, saddle 님에게 라노베 넘겨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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