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중좌인 너를 여기서 죽인다. 이제부터 너는 그저 카키스 토우지로일 뿐이다."

-망념의 잠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케릭터 중 하나인 카키스 중좌가 22화에서 타케하라 류조 선생의 총에 맞고 세상을 하직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끝까지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갱생의 여지를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결국은 자신이 행한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이런 식의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군요. 사실 중간에 밥맛 떨어지는 짓도 많이 했지만, 그러면서 여러가지 의미로 씁쓸한 느낌을 준 케릭터입니다.

사실 카키스의 매력(?)은 바로 완벽하게 악이 되지 못하는 그 어중간함에 있겠죠. 처음 센탄도에 왔을 때는 순수하게 어머니(스마코)의 고향인 섬을 지키고 대 인형병기 연구(이때는 그 정체를 몰랐음)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대 인형 병기라는 것이 결국 인간을 쓴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칸바 박사의 꼬드김에 분개하지만, 결국 칸바 박사와 함께 사람을 실험체로 이용한 대 인형 병기 연구에 착수합니다. 즉, 죄인이 되어서 전쟁을 종결하자는 것입니다. 그 이후, 칸바 박사와 함께 미도리를 이용해서 대 인형 병기를 완성합니다(그 와중에 칸바 박사가 딴 생각을 먹으니까, 칸바 박사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인종 차별 발언까지 해주는 강한 모습까지 보여주죠) 혹자는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개츠비형 케릭터(처음에는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타락하게 되는 케릭터 유형)이라고 했는데, 정말이지 딱 들어맞는 설명이더군요.

 하지만 원래 인간이 그렇게 나쁜 인간이 되지 못했고 워낙이 어설픈 악당이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전장에서 살려내었던 타케하라 류조에게 자신을 죽이게 하려는 의도적인 자살을 꾀합니다. 이 부분에서 이 케릭터에 대한 묘한 동정심이 일었는데, 결국 자신이 이루던 바를 이루었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서 어린 아이처럼 해매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대칭점에 있는 에우레카 7에서의 악역 듀이는 애니 끝까지 완벽하게 자신이 모든 계획을 리드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여주었지만(그래도 마지막에는 정말 씁쓸한 최후였지만), 그에 비해 카키스는 대단히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준 케릭터입니다. 앞으로 잊지 못할 악역 케릭터 중 하나가 되겠군요.

벌써부터 그의 헛소리들이 그리워지는군요(망념의 잠드에서 카키스가 가장 많이 현학적인 대사를 내뱉었습니다)

-22화에서는 결국 '남쪽이나 북쪽이나 미쳤다->세상의 근본 구조 자체가 미쳤다'로 나가는 망념의 잠드입니다. 과거 에우레카 7이 대단히 희망적인 이야기ㅡ'러브&피스!'를 외치는 히피 테러리스트들과 한 소년의 성장담과 첫사랑ㅡ를 그려내었다고 할 수 있다면, 망념의 잠드는 철저히 '미친 세상에서 어디에도 없어 보이는 희망 찾기'라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인상깊은 점이, 그러한 완벽한 절망 속에서 묘하게 현실적인 희망이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죠. 이제 곧 26화이고 이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습니다만(마지막 일전은 태동굴에서 이루어 질 것 같군요), 다 보고 나서 여운은 에우레카 7이나 흑의 계약자, 카우보이 비밥 급이 될 거 같군요.

-나키아미가 했던 대사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자신을 잊지마." 암, 잊을 수 없지. 잊을 수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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