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유명 IP를 바탕으로 수집형 카드 게임Collectible Card Game; CCG들이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다:하스스톤에 이어서 엘더스크롤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엘더스크롤 레전드, 위처의 미니게임 궨트를 손을 봐서 게임으로 옮긴 쓰론 브레이커와 궨트, 도타를 카드 게임으로 옮긴 아티펙트와 심지어 원조 TCG인 메직 더 게더링도 아레나라는 작품을 냈다. CCG는 비디오 게임에 있어서 메인 스트림이라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하스스톤이 아시안 게임에서 비디오 게임 부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점이나 트위치 방송에서 시청자수 10위권 내에 하스스톤이 들어가는 점은 CCG 장르가 나름대로 탄탄한 소비자 층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무언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CCG는 여타 비디오 게임 장르에 비해서 화려하지도 않으며, 여타 비디오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들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손패가 꼬이는 문제일 것이다:대부분의 카드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전략을 위한 덱을 구성하고,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하고 카드를 손패에서 발동시킴으로 게임 플레이 사이클을 완성한다. 그러나 덱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부터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하스스톤이 게임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오길 신에게 빌어야 하는 '종교'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비디오 게임에 있어서 치명적인 하자사항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통제되고 그에 맞춰서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할 때 재밌어 진다. 하지만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게임으로써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치명적인 하자 사항에도 불구하고 CCG는 꾸준하게 플레이어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어째서일까? 이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보드게임과 TCG의 사례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많은 CCG들은 매직 더 게더링의 규칙을 조금 뒤틀거나 강한 영향을 받았다. TCG라는 보드게임 장르를 확립한 매직 더 게더링은 자신만의 덱을 구축하고, 랜드를 지속적으로 필드에 깔아 자원을 확보하여 몬스터와 마법을 사용하고, 종국에는 상대를 제압하는 형태의 카드 게임이다. 매직 더 게더링의 핵심은 자신만의 덱을 구축한다는데 있다:플레이어는 제각기 다른 효과를 지닌 카드를 이용해 덱을 구성하고, 섞은 뒤, 드로우함으로써 자신의 손패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 손패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전략을 구체화시킨다.


하지만 손패는 뒤섞인(셔플된) 덱으로부터 구성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구성을 한번에 구하기는 힘들다. 이게 보통 이야기하는 '손패가 꼬인다'라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기에 덱 구성에서 중요한 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카드의 구성과 비율을 조정하고 손패가 꼬였을 때의 백업 플랜을 갖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TCG는 자신만의 전략을 구성하는 점, 그리고 끌려나오는 무작위성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통제하고 승리를 쟁취할지의 양측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전략과 전술 양측면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TCG의 게임으로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항상 적시에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은 TCG 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능력이었다:덱의 구성을 통한 통제(적절한 랜드 수, 정해진 비율의 1-2랩 위니 카드의 사용 등) 불구하고 손패가 꼬이는 사고는 TCG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드로우와 덱서칭을 통해 원하는 카드를 뽑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전략을 빠르게 발동시키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거머쥘 수 있었다. 메더게 판에 내려오는 '진남불용청'(진짜 남자는 청덱을 쓰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부분일 것이다:청덱은 오랫동안 드로우와 서고 등 카드와 관련된 규칙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었고, 그 결과 때에 따라서는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또한 유희왕에서 대대로 악명을 떨쳤던 카드들이 대대로 빠른 덱서칭과 드로우로 필드를 지배하고 게임을 폭파시키는 카드들이었다는 것도 이러한 특징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몇몇 카드 게임들은 드로우와 관련된 능력보다는 덱 이외의 보조덱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도 하였다:FFG에서 만든 LCG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왕좌의 게임 LCG의 경우, 셔플되는 카드 덱과 플레이어가 임의로 설정하여 사용할 수 있는 플롯 덱으로 이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드 덱은 말그대로 전통적인 LCG에서 사용되는 게임 플레이용 덱이지만, 플롯 덱의 경우에는 다소 특이하다:플롯은 한 라운드에만 영향을 끼치며, 그 라운드 동안 다양한 영향들(자원 수급이나, 카드 제거 등)을 끼치는 일종의 버프/디버프 형태의 카드다. 또한 플롯의 수치에 따라서 선공/후공의 턴순서를 정하기 때문에 상당히 역동적인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덱과 드로우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 TCG 에 있어서 일종의 트랜드라고도 할 수 있다.


TCG가 흥미로운 점은 게임 규모가 손에 닿을 정도로 '스케일링'되었다는 점일 것이다:가령 비디오 게임이나 여타 게임에서는 숫자들의 연산은 컴퓨터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연산의 규모는 거대화되고 복잡화되는 특징이 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예를 들어보자:이 SRPG 시리즈는 오랫동안 노가다로 케릭터와 장비의 규모를 증폭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온 게임이었다. 단지 숫자의 규모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클리커류의 게임에서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의 경우, 사람이 컴퓨터의 역할을 대신해 연산을 하기 때문에 연산의 규모를 늘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이나 카드 게임에서 토큰과 수치, 계산 등은 항상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모로 조정되었다. 대신 보드 게임과 카드 게임은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닌 규칙과 게임 요소들(카드나 토큰들)이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부분을 통해서 재미를 추구하였다. 이런 점에서 카드 게임들을 일종의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말싸움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도 장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단어 풀을 카드 덱으로 구성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단어들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순서에 맞게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단어는 각각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단어와 단어, 그리고 게임 전체를 구성하는 문법을 통해서 각각의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비디오 게임의 장르로 옮겨간 CCG들은 이러한 TCG만의 매력을 살리는데 집중한다:자신만의 단어 사전(덱)을 구성하고, 단어(카드)와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카드 콤보 등)울 만들어 상대를 압도한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간 CCG에는 TCG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이는 규칙이나 카드 상호작용의 편의성이 증대되어 기존 TCG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매직 더 게더링의 예로 돌아와 보자:플레이어는 자신이 얼마만큼의 마나 자원을 갖고 있고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랜드를 탭하는(90도 방향으로 꺾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랜드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가 알아서 계산해주는 마나 개념을 사용하여 실제 얼마나 자원을 사용하였는지를 직관적으로 인지/관리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그리고 하수인 카드별로 체력을 별도로 설정하여서 데미지를 입었을 때마다 개별 체력을 트래킹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존의 카드 게임이었다면 수많은 양의 토큰과 숫자를 추적하느라 관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 했을텐데 말이다. 또한 카드 간의 상호작용을 분명하게 하여 에러 플레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였다. 이런 부분들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진 CCG들은 보드게임 TCG와 다른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는다.


또한 카드 크래프팅 기능도 눈여겨 볼만하다:기존 TCG들이 카드가 무작위로 들어간 부스터 팩을 구매함으로써 카드 풀을 늘려나갔다면, 비디오 게임 기반 CCG는 플레이어가 필요없는 카드를 분해하고 나온 자원으로 새로운 카드를 만들 수 있는 크래프팅 기능을 도입하였다. 기존의 TCG들이 트레이딩을 통해서 실제 카드를 구매하게끔 하였다면, CCG는 무의미한 구매를 막고 플레이어가 덱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끔 장벽을 낮춰준 셈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만들어진 CCG들은 여전히 카드와 덱의 포멧에 기반하여 게임을 구성하였고, 카드와 카드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대신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간 CCG들은 기존 TCG에 있어서 필요하지만 지루한 부분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TCG의 매력은 단순히 그래픽이나 연출, 혹은 액션 등의 동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스스로 덱을 구성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게끔 하는 부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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