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을 기준으로 쓰여졌습니다.


동키콩 컨트리 트로피컬 프리즈는 동키콩 컨트리 시리즈의 최신작이며, 2D 플랫포밍 장르의 게임이다. 동키콩이 마리오와 함꼐 닌텐도의 역사에 있어 태동부터 함께한 게임이란걸 생각한다면, 동키콩 프랜차이즈는 의외로 홀대받은(?) 편이긴 하다. 마리오가 오랜기간 동안 닌텐도 콘솔의 플래그십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플랫포밍 장르의 메인 시리즈와 함께 카트와 같은 스핀오프도 지속적으로 나왔다면, 동키콩 같은 경우 제작사 교체(레어에서 레트로로)로 인해 중간에 명맥이 끊긴 일도 있었으며 스핀오프 등 컨텐츠가 만들어지기 보다는 여타 게임에 콜라보하는 형태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트로 스튜디오의 동키콩 컨트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마리오 시리즈가 플랫포밍 장르에 있어서 전통을 넘어서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시도들(갤럭시나 오디세이를 보라)을 꾸준하게 해왔다면, 동키콩 컨트리는 그야말로 슈퍼패미콤 시절에 만들어졌던 과거 플랫포밍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면서 재미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로피컬 프리즈도 본다면 그런 점에서 과거 2D 플랫포밍을 극대화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전형적인 2D 플랫포밍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작점에서 도착점을 향해 나아가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다양한 장애물들이 있고, 플레이어는 이러한 장애물을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하는 등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트로피컬 프리즈는 요즘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기믹들이 있다. 우선은 상당히 섬세한 조작감이다:트로피컬 프리즈에는 조작에 약간의 '관성'이 붙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버튼을 눌러서 움직이다 버튼에서 손을 때더라도 케릭터는 한 두 발자국 정도 이동을 한다. 이러한 한 두 발자국의 움직임은 처음 움직임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하지만 쉬지않고 달리면서 다음 발판으로 건너뛰게 되면 이 작은 한 두 발자국이 누적되면서 사뭇 다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트로피컬 프리즈가 여타 플랫포밍 게임과 비교해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겉보기와 다르게 플랫포밍 장르 게임 중에서도 어려운 축에 들어가는 게임이다. 이는 셀레스테처럼 '죽는 것에 패널티를 부여하지 않는' 최근의 플랫포밍 장르 게임과는 사뭇 다른, 정확하게는 구세대적인 어려움이다. 셀레스테를 예로 들어보자. 셀레스테는 죽으면서 배우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기 때문에 한 지역을 클리어하는데 수백 수천번을 죽어야한다. 대신 셀레스테는 체크포인트를 하나의 스테이지 단위로 짧게 끊어놓음으로써 학습이 짧지만 집중되게 이루어지게끔 구성을 해두었다. 그러나 트로피컬 프리즈는 다르다:체크포인트의 텀은 길고, 학습을 해야하는 구간은 매우 긴 편이다. 설령 학습을 하였다 하더라도 위에서 이야기한 섬세한 조작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체감상 난이도는 더 높은 편이다. 


하지만 트로피컬 프리즈는 학습과 훈련한 성과 만큼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주는 게임이다:게임의 스테이지에는 기본적인 클리어 루트 이외에도 클리어 속도를 극단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루트들이 숨어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타임어택 및 리플레이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리플레이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관성이나 적들을 발판 삼아서 스테이지 클리어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트로피컬 프리즈는 섬세하고 어려운 만큼 여타 플랫포밍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도전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을 극한으로 사용하면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 콩 버디가 없더라도 게임이 클리어 가능하게 구성했다는 점이다:버디 콩은 공중에 체류하게끔 하거나(디디콩), 살짝 떠오르게 해주거나(딕시콩), 스프링처럼 튀어오르게 하는 등(크랭키 콩) 플랫포밍을 좀 더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이들의 도움이 있어야지만 게임이 클리어가능한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버디 콩을 삭제하는 하드 모드를 통해서 트로피컬 프리즈는 버디 콩이 없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스테이지가 클리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레트로 스튜디오는 게임 시스템을 극한까지 사용했을 때, 과연 플레이어가 자신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였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스테이지를 학습하는 재미가 여타 플랫포밍 게임에 비해서 배로 재밌는 편이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기본적으로 모든 '스테이지'가 자기 자신만의 기믹과 비밀을 가진다. 트로피컬 프리즈의 스테이지 기믹들은 공통적인 몇몇 함정 기믹을 제외하면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세밀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테이지 기믹이 각기 다른 만큼, 플레이어가 학습해야하는 스테이지의 구조와 패턴도 늘어나기 때문에 난이도가 확 뛸 수도 있지만, 게임은 하나 하나 스테이지의 길이를 절묘하게 조절하여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나가 떨어지지 않게끔 만든다.


또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난이도를 낮추기 위한 여러 아이템과 안전장치다:트로피컬 프리즈는 슈퍼 미트 보이나 셀레스테 같은 최근 2D 플랫포밍과 다르게 실패에 대한 패널티로 목숨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차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트로피컬 프리즈는 자칫 잘못하면 목숨(=풍선)이 모두 떨어져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쉽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은 여기에 몇몇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전통적인 플랫포밍 게임답게, 일정 양의 바나나를 모으면 게임은 여분의 풍선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데, 게임은 이 바나나의 수급을 매우 쉽게 해두어서 플레이어가 구간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나나를 수급하여 풍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스테이지 곳곳에 있는 바나나 코인이라는 재화를 모으면, 펑키콩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풍선을 대량으로 구매할수도 있다. 풍선 하나 하나의 가격이 매우 싸기 때문에, 풍선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바나나 코인으로 게임을 쉽게 풀 수 있는 아이템들(낙사 방지나, 가시 방지, 추가 체력 등)을 얻을 수 있기에 게임 난이도를 올리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다만, 한번에 들고갈 수 있는 아이템의 수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게임이 마냥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로피컬 프리즈는 바나나와 코인을 아주 쉽게 제공하지만은 않는다. 스테이지 곳곳에는 숨겨져 있는 장치들이 있고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찾고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테이지의 옆길로 새거나, 스테이지 내의 물품들과 상호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게임은 스테이지를 대단히 어렵게 구성해뒀다:트로피컬 프리즈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을 목적으로만 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KONG 이니셜이나 일러스트 코인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하거나 스테이지를 꼼꼼하게 뒤지지 않는다면 쉽사리 놓치게끔 구성했기 때문에 상당히 도전적인 편이다. 


트로피컬 프리즈에서 아쉬운 점은 보스전이다:신선하고 도전적인 스테이지 구성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보스전은 유달리 길고 지루하다. 물론 데미지를 입을 떄마다 더욱 도전적인 패턴으로 이어지는 점은 좋지만, 보스전이 스테이지의 완급조절에 비교하자면 너무 길고 처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보스전의 길이를 조금만 줄였다면 나름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별개로 스위치 판에서는 난이도를 낮추기 위한 펑키콩 모드가 탑재되어 있는데, 체력이 동키콩 보다 높고 버디콩들의 능력을 모두 갖고 있어서 초보들도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모드다. 이 모드 덕분에 트로피컬 프리즈는 누구라도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게끔 게임 플레이에 숨통을 티어놓았다.


결론적으로 동키콩 컨트리 트로피컬 프리즈는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닌텐도 플랫포밍 게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슈퍼마리오 오딧세이가 3D라는 공간의 전환을 통해서 전통을 유지하되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하였다면, 동키콩 컨트리 시리즈는 여전히 전통적인 게임 구성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 버전이 이지모드라 할 수 있는 펑키콩 모드가 추가된걸 빼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깊게 파고들기로 마음먹는다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며 구매해도 후회가 없을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