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 플레이 기준입니다.


오프라인 코옵이란 하나의 스크린을 두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함께 보면서 공동의 목표(스테이지 클리어 등)를 향해 노력하는 게임들을 일컫는다. 이러한 장르는 일찍이 TV가 거실의 핵심이었던 주거와 가족 문화에 기반한다: 80년대~90년대 생들은 어린 시절 친구가 놀러올 때, 거실에서 게임기를 두고 함께 게임을 해본 경험이 적지 않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가족과 거실 TV 중심의 주거문화가 붕괴되고, 각자가 개개인의 스크린(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기기에서 개인 공간의 컴퓨터 라던가)들을 가지기 시작하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 장르는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같이 게임을 하는데 더이상 한 공간을 점유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오버쿡드나 갱 비스트 같은 오프라인 코옵 게임들은 메인스트림은 아닐지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 스크린을 보면서 게임을 같이하는 것이 완벽하게 대체될 수 없는 경험임을 암시한다.


스위치로 나온 크로울은 오프라인 경쟁/코옵 게임이다. 컨셉은 단순하다:최대 4명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은 무작위로 생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용사가 되고, 나머지 3명은 몬스터가 되어서 용사가 탈출하는 것을 방해해야 한다. 모든 플레이어의 목표는 동일하다. 용사가 되어서 레벨 10에 도달하여 던전을 탈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용사 플레이어를 다른 3명이 협력하여 죽여야 한다. 크로울의 묘미는 바로 유동적인 협동과 경쟁,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긴장관계에 존재한다:몬스터들이 협력해야 용사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용사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몬스터만이 용사로 부활한다. 


그렇기에 크로울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강제한다. 기본적으로 용사가 던전을 탐험하는 것이 게임을 진행하는 트리거가 되기 때문에, 몬스터 역을 맡은 플레이어들은 망령 상태에서 플레이어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용사가 한 구역에서 오랜 시간을 끌 경우, 망령 플레이어들이 슬라임을 소환할 수 있는 게이지가 차오르게 된다. 슬라임은 플레이어가 빙의하는 몬스터보다는 약하지만 상당히 귀찮은 적이며, 무엇보다도 망령 플레이어가 여러 채의 슬라임을 소환하고 자신이 직접 슬라임에 빙의해서 용사 플레이어의 체력을 깍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사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체력 회복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한 것들만 빠르게 챙기고 몬스터 플레이어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도록 해야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크로울의 케릭터 강화 곡선의 변곡점은 빙의된 몬스터와의 싸움이다. 용사가 레벨업하고 장비를 살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몬스터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 뿐인데, 몬스터 플레이어측에서도 용사 플레이어에게 입힌 데미지를 기준으로 더 강한 몬스터로 진화하는 분노 포인트를 얻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전투 파트는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용사 플레이어는 화력이나 유연성 측면에서 몬스터 플레이어 개개인에 비교하였을 때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그러나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고, 서로 협동할 때 용사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있다:거미 몬스터를 맡은 플레이어는 거미줄을 뿌리면서 용사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막고, 궁수 해골은 원거리에서 용사 플레이어를 견제한다. 그렇기에 오프라인에서 플레이하는 크로울은 상당히 시끌벅적한 게임이다. 서로 계속 지시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용사를 쓰러뜨리고자 협업하며, 동시에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도발과 야유, 탄식, 함성 등의 다양한 감정과 반응들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크로울의 보스전은 게임의 화룡점정이다:몬스터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보스를 3명이서 동시에 조작한다. 예를 들어 거대한 조각상 보스의 경우, 몬스터 플레이어들은 각자 발, 다리, 머리 등의 특정 부위를 조작해서 용사 플레이어를 공격하고 보스 몬스터의 약점(여기서는 제사장)을 방어해야 한다. 레벨 10에 충분한 장비를 갖춘 용사는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화면 한가득을 공격으로 가득 채우는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협공은 더더욱 강하다. 몬스터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용사 플레이어를 세번 패퇴 시키면(이전 플레이어들의 실패도 누적해서 카운트한다)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승리로 간주되며, 전반적으로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성장이 실패하였더라도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크로울은 이런 점에서 게임 전체 흐름이 긴장감 있게 잘 구성되어 있는 편이다.


스위치 기준에서 크로울은 큰 화면이나 작은 화면이나 모두 잘 작동하는 편이다:기본적으로 큰 화면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몬스터의 투사체의 경우 스프라이트 자체가 작기 때문에 휴대용 테이블탑 플레이의 경우에는 다소간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크로울은 정밀한 조작을 요하는 게임이 아니다. 전투를 할 때 크로울은 그야말로 개판이고, 그 개판을 4명의 플레이어가 즐기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다. 게임은 한개 조이콘으로도 완벽하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4인 플레이를 감안할 시에는 조이콘 한쌍만 추가 구매해도 충분하다. 물론 기본 셋으로도 2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2인 플레이 시 CPU가 다른 플레이어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때문에 게임은 무리없이 돌아가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크로울은 훌륭한 4인 오프라인 코옵/경쟁 게임이다.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게끔 게임의 흐름을 구성해두었고, 게임이 쉴세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한 게임을 진행하는데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그 30분 동안 정말 수많은 만감이 교차하는 게임이 바로 크로울이다. 물론 게임 자체가 하드코어한 B급 문화를 지향하며, 동시에 도트이긴 하지만 상당히 고어하기 때문에 오버쿡드 같은 아기자기한 게임에 비해서는 수요층이 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플레이한다면 크로울은 모임의 스타가 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크로울은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는 스위치 같은 콘솔을 위해 태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