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50시간 정도, 4장까지 플레이하고 난뒤에 쓰는 중간 점검입니다. 리뷰를 위한 메모들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제노블레이드 2는 PS2 이후로 수많은 게이머들의 염원이 그대로 이루어진 절정이라 할 수 있다:광활한 필드와 무수히 많은 할 것들, 일본 RPG 사상 최고에 꼽을 수 있는 전투 시스템, 매력적인 케릭터들과 최소 70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일본 애니메 풍의 장엄한 이야기까지. 하지만 제노블레이드 2의 문제는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지독하게도 구시대적이란 점에 있다. 물론 그 단점은 충분히 상쇄할만큼 게임은 재밌지만, 문제는 몇몇 부분에서는 제노블레이드 2는 '안좋았었던' 과거의 기억까지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수십시간을 플레이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에, 지금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보여질 구석이 상당히 많다.


- 제노블레이드 2의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 구조는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절대로 지루하지는 않다:게임은 메인 스토리->장소/레벨 해금->부가활동 해금(수집, 인양, 용병단 임무, 서브 퀘스트 등) 및 블레이드 모으기->블레이드 인연레벨 올리기와 레벨링->다시 메인 스토리 진행을 통해 하나의 사이클을 구성한다. 사이클의 각 단계는 스카이림 등의 RPG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단조로운 편이다. 


- 대신 게임은 전투와 풍광이라는 측면에서 게임이 계속해서 굴러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먼저 풍광의 경우, 전작인 제노블레이드 1편이나 크로스의 비주얼을 한층 더 발전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1편과 유사하게 플레이어는 거대한 아르스(영문으론 타이탄) 위에 펼쳐져 있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누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나 폴아웃 시리즈가 사실적인 축적으로 실제 있을법한 환경을 다루었다면, 제노블레이드 2의 세계는 스테이지 자체가 플레이어를 압도한다. 이 압도적인 세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제노블레이드 2는 플레이어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이것은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제노블레이드 1편이나 크로스 모두 그래픽적으로 훌륭한 게임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비주얼로 게이머를 매료시켰다. 맵의 밀도는 낮은 편이지만,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는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풍광을 통해서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나갔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보여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에게서 강한 영향을 받은 것(실제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은 모노리스 소프트가 제작에 참여하였다)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젤다의 전설의 아름다움과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의 아름다움은 맥이 닿아있으며,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이 살아있다.


-물론 세계의 밀도를 놓고 본다면 폴아웃 시리즈나 엘더스크롤 시리즈 같은 밀도는 제노블레이드 2에는 없다. 그렇기에 게임은 이러한 단조로움을 블레이드와의 인연을 통해서 극복한다.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NPC와의 유대(키즈나)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게임이었다:전작들은 NPC와의 관계도를 보여주는 키즈나 그램을 통해서 내가 어떻게 NPC와의 관계를 바꾸어나가는지를 보여주었고, 그에 따라서 이야기와 세계가 바뀌어가는 과정을 다루었다. 하지만 제노블레이드 2에는 키즈나 그램 자체를 삭제하고, 대신에 레어 블레이드와의 인연을 쌓아나가는 쪽으로 시스템의 방향성을 수정하였다. 일견 전작에서 보여준 사람들과의 방대한 관계를 축소시켰다는 인상이긴 하지만, 전작이 뒤로 갈수록 너무 방대해지는 관계도 때문에 후반에는 산만해질 수 밖에 없었던 걸 감안한다면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대신 블레이드는 적극적으로 전투에 들어오며, 사람들과 대화중에 끼어들거나, 특별한 전용 퀘스트가 있는 등 질적으로 그 내용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제노블레이드 2에서 블레이드는 다양한 성격과 함께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이야기의 중심을 구성하는 주요한 테마이다. 호무라/히카리와의 관계나 블레이드 설정을 통해서 중요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게임 시스템과 플레이가 밀접하게 맞닿아있어 게임을 유기적으로 플레이하게끔 구성하였다.


-전투는 외워야 하는 것도 많고, 복잡한 편이다. 하지만 게임은 3장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이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제노블레이드 2 전투의 핵심은 블레이드의 조합과 세팅, 콤보 루트의 숙지와 대응을 통해 난관을 적극적으로 해쳐나가는 방식이며다. 드라이브 콤보와 블레이드 콤보, 두개가 결합된 퓨전 콤보, 마지막으로 속성 구슬을 모아서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체인어택까지. 각각의 전투 시스템은 별도로 운영되기 보다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서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게끔 만든다. 초반에는 자동공격 위주의 MMO식 전투로 느껴질 수 있지만, 모든 기능이 개방된 3장 이후부터는 그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보여준다. 


추후 본 리뷰를 쓸때가 되면 이 부분은 개괄적인 흐름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긴 분량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흐름을 짚고 이해할 때, 비로소 제노블레이드 2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왕도를 따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매력적인 게임이다. 다만, 제노블레이드 2는 스토리 외적인 부분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클리셰를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머리 비우고 봐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모에 코드에 의존한다. 모에 코드 외적으로 제노블레이드 2는 케릭터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야기를 쌓아나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가끔씩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할 때, 게임은 진짜 머리를 텅 비우고 과거의 모에 코드를 그대로 인용한다. 진지한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 낮간지럽거나 낮뜨거운 장면들이 연출되기에 이런 부분은 매우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적어도 70시간 이상을 플레이할 것을 감안하고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에, 이야기나 게임플레이나 적어도 플레이타임 20시간 정도는 가야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싱글 플레이 타임이 점점 짧아지는 최근 게임의 경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진입장벽을 너무 터무니 없이 높이는게 아닐까라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좀 아쉬운 편. 다른건 몰라도 휴대용일 시, 해상도의 변화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현재로써는 취향 맞으면 근 10년만에 나온 최고의 JRPG라 할 수 있지만, 취향이 안맞을 경우에는 다소 아쉬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즉, 모두에게 어필하기는 힘들지만, 특정 팬층에서는 아마도 엄청나게 열렬한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점은 제노블레이드 1편이나 크로스 보다는 게임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더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식 리뷰는 아마도 클리어 이후가 되리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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