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콜 오브 듀티가 유명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악명 높은 것(?)을 꼽자면 공장식 작품 생산 방식이 있다:인피니티 워드와 슬레지해머, 트라이아크 3개 스튜디오 체제로 1년 단위로 게임을 돌아가면서 만든다는 이 신묘하고도 경악스러운 발상은 '매년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보장하는 타이틀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라는 게임 제작사상 초유의 기록을 만들어내었다. 단일 작품으로는 콜옵 시리즈의 아성에 도전하는 작품은 많다:하지만 전체 프랜차이즈를 놓고 본다면 아마도 콜옵 프랜차이즈 전체 판매고에 근접하는 게임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콜옵 프랜차이즈 개발은 작품과 작품 사이의 강점을 계승하고 약점은 보완하고자  3개의 스튜디오가 독자적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블랙옵스 3의 멀티와 인피닛 워페어의 멀티를 비교해보자:인피닛 워페어의 기본적인 멀티 골격은 블랙옵스 3의 그것이라 볼 수 있으며, 무기 벨런스나 맵 디자인은 인피닛 워드의 독자성이 가미된 물건이다(물론 결과물이 그리 흥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게임 개발 패턴은 일본 게임 프랜차이즈인 무쌍 시리즈에서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삼국무쌍 2편 이후로 전장을 종횡무진하면서 적들을 물리친다는 무쌍 시리즈의 컨셉은 아시아권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북미쪽에서는 컬트적(?)인 팬덤층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이 게임의 시스템(일기당천으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것, 버튼 연타와 강-약공격 조합으로 모든 액션을 구현할 수 있는 점 등)이 확립된 이후로 무쌍 시리즈의 모든 작품은 대부분 '동일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본질적으로 무쌍 시리즈는 모두 동일한 게임이라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쌍 시리즈가 수많은 파생작품들을 가지고도 꾸준한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동일한 게임에 조금씩 다른 바리에이션을 부여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이러한 바리에이션이 가장 성공한 사례는 젤다 무쌍이라 할 수 있다:모든 사람들은 '어째서 젤다에 무쌍이 섞여있는가?'라는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젤다무쌍을 보았다. 하지만 젤다무쌍은 의외로 충실하게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기믹을 게임 내의 액션에 접합시켰다:도구를 사용하는 기믹이라던가, 여타 무쌍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거대 보스전의 기믹이라던가 등등은 젤다의 전설을 그대로 들고온 것이 아닌, '무쌍이라는 정체성 아래서 새로운 것들을 이식하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파이어 엠블렘 무쌍도 이런 부분에서 나름대로의 충실함을 보장한다:파엠 시리즈에서 등장한 더블 유닛을 일종의 스트라이커 형태의 공격과 방어로 재해석한 점, 클래식 파엠의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전사 기믹, 인연 스킬, 창-도끼-검의 맞물리는 관계와 위크 포인트 시스템의 결합 등은 단순히 파엠 무쌍이 아무 고민이나 노력 없이 게임을 그대로 이식한 작품이 아님을 드러낸다.


하지만 무쌍 시리즈의 문제는 게임이 단순하다는데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방계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어서 가능성을 소진한다는데 있다. 심할 때는 1년에 2~3개의 무쌍 게임을 찾아볼 수 있고, 다른 기기로 컨버전 되거나 다른 프랜차이즈와 콜라보를 시도하는 등 무쌍 시리즈의 제작사인 오메가 포스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발한 활동이 오히려 프랜차이즈의 수명과 팬들의 피로도를 가속시킨다는 점에서는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오메가 포스가 차세대 무쌍인 진삼국무쌍 8에서 제시하는 것은 오픈월드와 시스템의 일신이다:오픈월드 시스템과 잡졸들을 특정 상태로 만드는 액션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메가포스나 코에이 테크모가 이러한 게임을 만들어본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하다. 그리고 기존의 방계 무쌍 작품들의 성공이 무쌍 시리즈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단순함이란 매력 포인트에 기반하여 가지 치기를 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8편은 시리즈의 본질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아닐까 라는 우려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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