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기본적으로 스플래툰 1편 리뷰에서 다루지 못했었던 이야기들, 추가된 부분들, 그리고 몇몇 게임 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플래툰 2편의 리뷰는 1편 리뷰에 많은 부분 근거하고 있습니다. 스플래툰 1편에 대한 리뷰는 여기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연어런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쪽을 참조해주시길.(8월 7일 추가)


스위치 발매 후, 스위치로 발매되는 닌텐도 퍼스트 게임들의 대부분은 휴대성보다는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게임들이었다: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이외에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암즈, 그리고 오늘 리뷰에서 다룰 스플래툰 2까지 말이다. 닌텐도는 지속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서 스위치는 혼자서 하는 콘솔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전개가능한 콘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솔이란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 그것이 지금 현재는 먹혀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품귀 현상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콘솔 플레이어들, 특히 휴대기(DS, PS VITA, 3DS 등)를 사용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닌텐도 스위치와 게임의 방향성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전통에서 벗어남으로써, 닌텐도 게임들은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고자 한다.


스플래툰 2는 스플래툰 이후 2년만에 나온 신작이다. 그리고 스플래툰 2편은 좋은 의미, 나쁜 의미로 전작과 유사하다:전무후무하게 훌륭하게 짜여진 게임 구조, 지속적인 업데이트, 게이머의 적극적 참여 유도, 그리고 그 해 최고의 멀티플레이 게임이란 점까지. 올해를 길게 두고 볼 필요도 없이, 스플래툰 2는 PUBG와 함께 2017년을 대표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그리고 그것이 2년 전에 발매되었던 게임을 컨텐츠 분량적으로 보완하고, 시대의 대세인 코옵 모드 추가하고, 싱글플레이 스테이지에 발판 기믹 몇개 추가하고, 휴대폰 어플을 추가한 것 만으로도 말이다. 하지만 전작이 정말 제로에서 시작해서 1년 이상 악착같이 컨텐츠 보강을 통해서 게이머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였다면, 스플래툰 2는 벌써부터 승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완급 조절이 있다:이미 전작에서 성공한 컨텐츠들과 운영 노하우들은 2편에 이식되었거나 장기적 업데이트에 포함되어 있으며, 추가된 컨텐츠들은 이미 전작의 실패와 성공에서 얻은 교훈에 근거한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승자의 여유로 스플래툰 2는 현존하는 멀티플레이 게임들 상당수를 오징어로 만들어버렸다.


게임 내적으로 스플래툰 2는 사실 이야기할만한 것이 거의 없다:이미 게임의 모든 골격과 컨텐츠들은 1편에서 검증된 것을 들고왔기 때문이다며, 이것의 대부분은 스플래툰 1편의 리뷰를 준용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리뷰 글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들은 그 때 리뷰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조작 체계에 대해서)과 1편에 없었던 부분들(연어 런, 싱글플레이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임 외적으로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다. 전반적인 게임의 특징에 대한 리뷰는 위의 링크를 참조해주시길 부탁드리겠다.


스플래툰 1편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자이로 센서를 조준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일찍이 미야모토 시게루는 3DS가 듀얼 스틱 체제가 아닌 이유를 '이미 자이로가 있는데 굳이 넣을 필요를 못느꼈다'라는 식으로 인터뷰에 응한적이 있다. 그 시점에서 이 발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시게루가 이야기한 명제를 훌륭하게 증명한 게임은 스플래툰이었다. 스플래툰에서 게이머는 상하 카메라 조작을 스틱으로 할 수 없다. 대신 게이머는 좌우 스틱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잡고, 자이로 센서로 정밀한 조준을 한다.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반신반의하였지만, 정작 실제 게임에서 사용할 때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다들 큰 문제없이 넘어갔으며, 글쓴 본인도 조금 특이한 조작체계라고만 생각하고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2년 뒤에 등장한다:스플래툰 2는 여전히 1편의 자이로 조작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휴대기 특성을 고려하여 휴대/거치 상태에 따라 자이로를 끌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였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자이로를 껐을 때, 스플래툰 2는 매우 불편한 게임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그냥 자이로 조작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지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이로 조작이 플레이어에게 더 '정밀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스플래툰에서 자이로 조작은 매우 섬세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동시에 자이로 센서의 위치를 초기화할 수 있게 하면서, 패드를 잡는데 일정한 각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스플래툰의 자이로 조작은 이질적이긴 하지만 불편하지 않으며, 때로는 매우 정교하게 작동한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자이로 조작을 기믹정도로만 치부하고 보수적으로 다뤄왔던 선례를 생각하면 말이다.


또한, 기존 1편이 자이로 센서가 들어있는 위유 패드가 핵심이었다면, 2편에서는 자이로 기능이 있는 조이콘과 프로콘이 조작의 기본이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게임은 전작과 거의 비슷한 조작감으로 작동한다. 기기의 컨셉이 극단적으로 변화하고 컨트롤러에서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플래툰 2는 테이블 모드, 휴대 모드, 거치 모드에서 큰 차이 없이 작동한다. 닌텐도가 하드를 다루는 기술력이 여타 경쟁사들에 비해서 모자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기기를 끊임없이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할 수 있다:닌텐도의 게임과 하드는 자사의 철학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그 어떤 게임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2편에서 추가된 컨텐츠들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코옵 모드인 연어 런일 것이다:좀비나 호드 모드의 스플래툰식 변용이라 할 수 있는 연어 런은 4명의 플레이어와 함께 웨이브마다 랜덤한 이벤트 및 일반 연어들, 그리고 보스 연어들로 구성된 3 웨이브에 맞서서 살아남고 황금 연어알을 회수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장비 세팅을 설정할 수 없다는데 있다:매 주기마다 게임은 4개의 무기를 설정하고, 플레이어는 4개의 무기 중 하나를 랜덤하게 맡아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심지어 라운드마다 무기 세팅이 강제로 바뀌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4가지 무기 모두를 능숙하게 다루고, 팀원이 못하는 부분을 커버해야 한다. 이런 변칙적인 부분이 연어런을 재밌게 만들어준다.


코옵 게임으로 검증되어 있는 모드들을 변용하여 스플래툰 식으로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이미 연어 런은 안정적인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연어 런과 여타 게임 콘텐츠들의 관계다:연어 런의 존재 의의는 코옵의 추가 외에 레귤러 매치와 가치 매치, 리그 매치(2인/4인 태그 팀 매치)에 쓸 수 있는 가용 자원들(돈, 특별한 보급품들, 버프 교환권 등)을 제공하는데 있다. 설정에서도 그렇게 묘사되었듯이, 그야말로 '보수가 짭짤하지만 위험한 아르바이트'의 존재가 바로 연어런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어 런은 한시적으로만 오픈되며, 매번 나오는 보수도 완전히 다르다. 연어 런은 기본적으로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기본 콘텐츠를 보조하는 일종의 변주곡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옵 매칭 시스템이 기존의 여타 웨이브 디펜스류의 코옵과는 조금 다르다:플레이어는 여타 멀티 게임들이 그렇듯이, 연속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자동적'으로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가게끔 구성되었다. 즉, 게이머가 잘하면 잘 할수록 연어런은 점점 어려워지며, 플레이어는 그만큼 얻는 보상도 늘어나게 된다. 만약 플레이어가 연속해서 실패할 시, 게임은 강제로 플레이어의 등급을 낮춤으로써 난이도를 낮춰버린다. 연어 런 자체의 난이도는 한계가 있지만, 최고의 난이도는 그야말로 극악함의 극치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구색맞추기였던 전작의 싱글플레이에 비교하면, 2편의 싱글플레이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게임은 전작의 싱글플레이보다는 콘텐츠적인 확장을 거쳤기 때문에 전작 만큼 아쉬움을 주지는 않는다. 2편 싱글플레이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플랫포밍의 바리에이션이 늘어났다는 것이다:가속 발판의 존재나 줄타기 액션 등 전작에서는 없었던 자유로운 움직임이 스플래툰 2 싱글플레이에는 있다. 하지만, 마리오 시리즈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같은 충격은 스플래툰 2에는 없다. 스플래툰 2의 싱글플레이는 그런 싱글플레이 컨텐츠에 비하면 작은 장난감과 같다. 귀엽고 즐겁지만, 그 이상의 감흥은 없다. 또한 멀티 게임 중심의 스플래툰 2의 전반적 게임 구성에서 싱글플레이가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며, 리플레이 가치가 떨어진다는 부분도 있다. 버프 교환권을 싱글플레이에서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은 이미 연어 런을 통해서도 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스플래툰 2는 여전히 다소 아쉬운 싱글플레이를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스위치를 산 사람이라면 무조건 구매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고, 스위치를 산 사람에게 스플래툰 2를 홍보하기 위해서 홍보를 위한 대여용 패키지를 하나 구매하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껴질 정도로 게임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러한 완성도와 별개로, 스플래툰 2와 스위치로 나온 닌텐도 게임들이 지향하는 부분은 전통적인 휴대기기 게이머들을 배제하는 것 같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스위치는 거치용 콘솔보다도 휴대용 콘솔의 성격이 강하고, 그로 인해서 전통적인 게이머들(휴대용 기기를 경험한)이 기대하는 것은 온라인 플레이 외에도 길을 걸으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오프라인 컨텐츠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몬헌이 PSP 시절 애드훅을 통한 제한적인 멀티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시간에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며, 디스가이아 시리즈나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성공도 휴대용 기기의 특성(이동 시 시간을 짬짬이 시간을 투자하여, 플레이 타임이 긴 게임도 무리없이 할 수 있다는 점. 반복적인 노가다 플레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점 등)을 십분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테더링이나 에그, 무료 와이파이 등이 발달하여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즐긴 게이머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인터넷 망 바깥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는 반복적이고 심도 있는 게임 플레이일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스위치로 나오는 닌텐도의 게임들은 그런 전통적인 반복 플레이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여러 대의 스위치 시스템이 만나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집중한다. 암즈의 경우에도 훌륭한 멀티플레이 공방전과 진지한 랭크 매치 시스템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혼자서 짬짬이 할 수 있는 그랑프리 부분은 매우 빈약하였다. 마리오 카트 8의 경우, 멀티는 매우 재밌지만 혼자서 즐길만한 플레이는 코스 반복 주행 정도나 하드코어한 타임 어택 정도 수준이다. 게임은 전통적인 '길 위에서 들고 다니면서 즐길만한 컨텐츠' 기준에서 본다면 겨우 턱걸이 수준의 분량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닌텐도가 바라보는 것은 여지껏 등장했던 휴대기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스위치는 '하나의 시스템에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붙는 경우'나 '여러 스위치 시스템이 로컬 플레이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에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두명 정도는 충분히 커버 가능한 큰 액정에, 분리 가능한 컨트롤러, 2대의 시스템이 내부 멀티플레이를 통해서 4명까지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끔 만드는 등 스위치의 핵심은 오프라인 멀티플레이에 놓여있다. 그렇기에 암즈가 E3 인비테이셔널이 끝난 후, 곧바로 관전 모드를 포함한 오프라인 아레나 모드를 업데이트 해주었고, 마리오 카트나 스플래툰, 폭권 디럭스 같은 게임들 마케팅은 오프라인 멀티플레이로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게임을 즐기는 것을 강조하였다. 물론 그런 점들이 스위치를 이전에도 없었던 매력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동시에 기존 게이머로 하여금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콘솔로 만들어버린다:왜 혼자서 오랫동안 즐길 콘텐츠는 없고 대부분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그런 점에서 플레이어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물건이긴 했지만, 닌텐도가 금년 주력하고 있는 상당수의 게임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멀티 게임이란 점은 이러한 아쉬움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차라리 그렇게 멀티플레이와 여러 사람과의 연결을 강조하려 했다면 비타가 초창기 휴대폰 통신망을 활용하던 3G 모델을 제시했었던 것처럼, 스위치도 LTE 통신망을 활용하는 프리미엄 서비스와 기기를 내서 가치를 어필했었다면 더욱 좋을 것이었다.


물론 닌텐도가 여전히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온라인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해서 스위치 친구들끼리 스플래툰 2 온라인 방을 만들고, 마치 모바일 쇼핑을 하듯이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고, 자신의 전적을 보는 등의 이전 닌텐도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연함과 연결성을 보여주고 있다. Wii U와 3DS 당시 미버스가 폐쇄성과 관리의 극치를 달리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스플래툰 2 보이스 채팅 부분에 있어서 생긴 문제들(자체 콘솔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의 연장선에서 스마트폰을 기기로 추가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닌텐도가 최근 게임 콘솔 트렌드나 스마트폰, 기기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스위치는 잘해내고 있고 스플래툰 2는 재밌다. 그런 불편함과 아쉬운 부분들은 뒤로 하더라도, 스플래툰 2는 이미 PUBG와 함께 2017년 최고의 멀티플레이 게임이고 앞으로도 스위치를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훌륭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