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FPS 멀티플레이에서 게이머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떤 사람들은 FPS의 핵심은 바로 '얼마나 빠르게 상대를 겨누고 쏘고 죽이는가'라는 에이밍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콜옵이 콘솔을 통해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정조준과 에임 보조 등을 통해서 콘솔 환경에서도 좀 더 쉽게 적을 식별하고 쏠 수 있게 만든 덕분이었다. 하지만 좀 더 심도있게 접근해본다면, FPS에 있어서 핵심은 맵디자인이며, 맵을 읽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나 빠르게 상대를 겨누느냐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적이 어디서 나올지 예측하고 그 방향을 향해 총을 겨누고 준비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상대와의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그 어떤 멀티 게임에도 대입하였을 때 맞다고 할 수 있는 선언이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FPS, 특히 콜옵에 집중하여서 이야기를 전개시켜보고자 한다.


FPS의 맵 디자인의 변화에 있어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하는 게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콜 오브 듀티일 것이다. 콜 오브 듀티는 모던 워페어를 통해 확립된 멀티플레이 매카니즘을 무려 10년 동안, 그것도 한해도 빠짐없이 매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보완하고 개선하여 왔다. 물론 그렇기에 이 게임을 계속 구입해왔던 플레이어들에게는 이 게임이 마이너한 업데이트가 반복되는 지겨운 게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콜옵 시리즈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현 게임 세태보다 반걸음 앞서서 나아가고 있었다. 콜옵 멀티는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소규모로 일어나는 접전에 기반하고 있다:모든 맵은 작은 방과 복도, 그리고 다양한 엄폐물이 놓여있는 야외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게이머는 항상 좌측 상단에 놓여있는 미니맵을 주시하면서 적과 우리팀이 어디서 교전을 하고 있는지, 어느쪽을 바라보고 달려서 교전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에 콜옵 시리즈에 있어서 UAV란 킬 스트릭은 단순한 킬스트릭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미니맵 상에 적들의 위치를 표시해줌으로써 게이머는 적의 위치를 분명하게 판별하고 어떻게 움직일지를 정하는 근거를 얻게 된다. 그리고 UAV가 알려주는 적의 위치를 기반으로 게임은 빠른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맵 자체가 작은 덕도 있지만, 콜옵의 멀티는 기본적으로 적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나가서 적을 처치하는데 있다. 그렇기에 적이 있는 방향을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UAV와 미니맵의 존재는 콜옵 멀티에 있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은 이러한 UAV와 미니맵의 중요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매 시리즈마다 변화를 주었다:UAV에 보이지 않게 하는 퍽에서부터 순전히 UAV와 미니맵을 카운터하는 킬스트릭, 심지어는 최근 인피닛 워페어에서는 한정적이나마 UAV와 비슷한 역할로 쓸 수 있는 모션 트래커와 상대를 공격하면 상대를 확인할 수 있는 퍽을 선보이기 까지 하였다. 


이러한 UAV나 맵과 관련된 조정들은 FPS 멀티의 가장 큰 난제라 할 수 있었던 '캠핑'을 잡고자 한 것도 있다:캠핑이란 개념 자체가 게이머가 상대에게 노출되지 않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한 군데 머무르면서 지속적으로 킬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행위 자체가 게임을 매우 정적으로 바꿀 뿐만 아니라 당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짜증나게 하여 게임을 쉽게 질리게 만든다는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킬캠의 존재도 사실 이러한 캠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는데, 상대가 어디에 숨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캠핑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도 있었던 것이다. 즉, 작은 맵에서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고, 복도와 방마다 적이 어디 숨어있는지를 추측하고 싸우게 만드는 것, 적을 향해 이동하면서 코너를 돌때마다 긴장감을 느끼고, 살아남고, 이기는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콜옵식 멀티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콜옵 시리즈의 맵 디자인이 계속 변화하였다는 것이다:콜옵이 빠른 페이스의 소규모 접전으로 진행되는 점은 여전히 변한게 없다. 하지만 그 소규모 접전을 구현하는 방식이 게임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진화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가장 큰 변화는 엑소 수츠의 등장으로 맵의 고저차가 심해진 어드벤스드 워페어겠지만, 가장 특이한 변화를 시도했었던 콜옵은 바로 그 전 작품인 고스트 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콜옵인지 배틀필드인지 알 수 없다고 심하게 혹평했었던 고스트는 맵의 크기를 기존의 1.5배로 늘리지만 정작 게이머의 기동력 자체를 예전 콜옵과 비슷하게 맞추면서 콜옵식의 빠른 교전이 아닌 원거리에서 상대방을 쪼는 느릿한 페이스의 전투가 일어나게 만들었다. 맵이 늘어남과 동시에 플레이어는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게 된 덕분에(물론 미니맵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퍽도 등장하였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 콜옵 시리즈에서 계속 문제가 되었던 캠핑 논란은 더욱 심화되고 말았다.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콜옵 시리즈나 여지껏 나온 FPS 중에서는 이단적인 작품의 부류에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콜옵이라는 경계에 묶일 수 있었던 것은 맵의 크기가 늘어난 만큼 플레이어의 속력을 다시 돌려주었고, 그 결과 게이머는 고스트보다도 더 이상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왠지 모르게 콜옵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이단적인 움직임 덕에 게임의 맵디자인은 기존의 복도와 방, 약간의 야외 환경으로 구성된 디자인이 아닌 거대한 실외가 중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블랙옵스 3가 집중하는 것은 기존의 콜옵식 맵 구조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블옵 3가 여전히 '하이퍼'한 움직임에 사로잡혀 있는 신세대 콜옵이라고 규정을 하지만, 월런이라는 기동 자체가 교전 상에서는 거의 무의미한 기동에 가깝다는 것(빠르지도 않을 뿐더러, 이동 궤도 자체가 고정되기에 오히려 더 불리하다)과 부스터 자체의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현란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게임이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블옵 3가 월런이나 부스터를 통해서 구현하고자 한 것은 현란한 움직임이 아닌 맵과 복도식의 콜옵에 새로운 '경로'를 추가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에는 경로가 될 수 없었던 공간들이 이제는 적을 우회해서 기습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게임은 그런 기회를 제공하면서 어드벤스드 워페어 같이 너무 빠른 움직임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이 게임이 콜옵이라는 경계에 머물러 있음을, 수많은 게이머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피닛 워페어는 블옵 3의 맵디자인을 계승함으로써 블옵 3가 콜옵 시리즈에 있어서 새로운 스탠다드를 제공하였음을 분명하게 증명하였다.


물론 콜옵 멀티의 맵디자인이 현재 FPS에 있어서 최고라고는 할 수 없다:타이탄폴 시리즈 같이 두개의 플레이 영역(타이탄과 파일럿)이 하나의 맵에서 합쳐지는 진귀한 맵디자인이라던가, 배틀필드 시리즈의 거대한 공간을 구현하는 맵디자인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옵 멀티플레이의 맵디자인이 10년간 자잘하게 변화를 꾀해오면서 얻은 성공과 실패들은 게임 멀티플레이에 있어서 맵디자인이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담겨있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둠(2016)  (0) 2016.11.18
[리뷰]콜 오브 듀티:인피닛 워페어  (0) 2016.11.13
오버워치 솜브라 소개 영상  (0) 2016.11.06
타이탄폴 2 싱글 인트로 영상  (0) 2016.11.01
[리뷰]기어즈 오브 워 4  (0) 201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