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는 자체적인 장르 구분에 따르자면 '헌팅 액션 게임'이다:몬스터를 사냥하고 소재를 모으고 새로운 장비를 맞춘다. 그리고 더 높은 몬스터에게 도전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반복하는 것이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의 특징이며 동시에 헌팅액션 게임 장르라는 분야의 공통 요소이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다:몬스터 헌터가 과연 이 모든 체제와 게임 구조를 만들었을까? 몬스터 헌터가 처음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을 만들었을 때, 그들은 어떤 게임을 참조하고 어떤 게임을 생각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을까?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개발비화 같은 것이 아니다. 현재 나온 몬스터 헌터 4G를 기준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 및 헌팅 액션 장르의 근본이 되는 뼈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역으로 일본에서 유행하는 헌팅 액션 장르에서 게임 일반에 넓혀서 적용할 수 있는 법칙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몬스터 헌터가 다른 액션 장르에 비교해서 갖는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할 것이다:그것은 바로 '불친절함'이다. 몬스터 헌터는 다른 액션게임과 다르게 몬스터의 체력을 확인할 수 없으며 처음 잡는 몬스터는 그 패턴을 쉽게 인지할 수 없다. 또한 인터페이스는 불친절하고(왜 나는 퀵 슬롯으로 아이템을 못쓰고 아이템 벨트를 돌리면서 써야하는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조작은 불편하다. 하지만 여타 액션 게임들이 쉽게 화려한 공중 콤보를 만들어나가는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는데 반해서, 몬스터 헌터의 무기 조작은 단순하며 화려하지 않다. 게이머가 10분 동안 되는 수렵시간 내내 사용하는 동작들은 고작 다섯손가락 내에 들 것이며, 몇몇 소재들을 구하기 위해서 수십 수백번을 똑같은 동작을 반복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몬스터 헌터는 트렌드에서 벗어난(실제로도 몬스터 헌터가 앞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를 탈수 없으리라 보고 있지만...여기에는 복잡한 요인이 개입되어있다고 본인은 본다) 게임이긴 하지만, 중요한 점은 몬헌은 현재 성공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존속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단순히 사람들이 노가다 하는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본인은 몬스터 헌터의 성공과 헌팅 액션 장르에 새로운 장르적 분석 기준을 끌고 오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격투 게임'이다.
혹자는 몬헌의 그 기묘하게 '느린' 페이스에 적응하지 못해서 게임에 정을 붙이지 못하겠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몬스터 헌터의 사냥 페이스는 묘하게 느리다:몬스터들의 동작들 대부분은 큼직한 예비동작들을 갖고 있으며, 게이머는 그 예비동작을 통해서 사전에 대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헌터의 동작 역시 크고 헛점이 많다. 많은 초보 헌터들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서 큰 피해를 보기 십상인데, 이는 항상 잘못된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예를 들어서 대부분의 몬스터들의 꼬리치기 패턴은 시계 방향으로 180도 반경을 두번 휩쓰는 형태로 나타나며, 초보 헌터가 첫번째 꼬리치기만 보고 성급하게 들어가게 된다면 두번째 꼬리치기에 휩쓸려서 나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헌터가 몬스터의 패턴을 관찰하며 이해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면, 헌터는 몬스터의 공격패턴의 헛점을 파고 들 수 있다.
즉, 몬스터 헌터의 액션은 전적으로 '상대방의 수를 읽는 판단'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격투 게임과 많은 부분 유사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격투 게임에서는 상대의 능력과 습관 및 케릭터의 성능을 파악하여 전략을 유추하고 이를 통해서 가드 시의 이지선다나 프레임 단위의 공방을 펼친다. 몬스터 헌터에서는 몬스터의 동작을 보고 후에 어떤 모션으로 이어질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어떤 틈이 생길 것인지를 판단하고 게임에 임해야 한다. 이 둘은 결과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분석하며 종국에 가서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면 그 판단이 일어나는 '시간적 텀'의 차이다:격투 게임에서는 프레임, 즉 60분의 1초에 해당되는 찰나의 순간 단위로 판단이 일어난다면,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에서는 그 판단이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끔' 늦은 타이밍으로 조절되어 있다.
그렇기에 몬스터 헌터이란 게임은 바로 이 '판단'을 학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진오우가가 충전중에 언제 머리를 들고 언제 해머로 내려쳐야 하는지, 그리고 그라비모스가 열선을 뿜은 후 화염 가스를 방출하는지를 보고 언제 들어가야 하는지, 리오레우스가 발톱으로 공격할 것인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판단하고 파고들며 자신이 능동적으로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게이머는 의도적으로 '틈'을 만들고 그 사이로 비집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게이머는 섬광구슬에 약한 몬스터에 대비하여 섬광구슬 및 조합분을 챙겨서 사냥에 임할 수 있으며, 또는 방어구 스킬의 조합을 통해서 몇몇 몬스터들의 성가신 패턴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몬헌은 마치 논술 답안지와도 같은 게임이다:큰 틀에서 목표는 있지만 완벽한 정답은 없다. 게이머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할수록(사고를 그 몬스터라는 문제에 맞출수록) 몬스터 헌터는 그들에게 보상을 선사한다. 어찌보면 '노력한 만큼 얻어내는'(물론 물욕템은 아니지만) 게임이 몬스터 헌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의 학습은 종종 기존의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순간들을 선사하기도 한다:헌터들이라면 대부분 기억에 남는 짜릿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죽음의 위기에서 한끝 차이로 피하는 브레스나 돌진, 진짜 필요한 순간에 칼같이 들어가는 경직 등등. 물론 이러한 경험들은 다른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경험들이다. 하지만 몬스터 헌터에서 이러한 경험들이 기억에 남고 또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게임 페이스가 느리다는 점, 게이머가 능동적으로 판단하며 게임에 적응한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격투 게임에서는 이러한 문법이 정교하게 짜여진 문법과 틀 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초보가 적응하기 힘들다. 동시에 같은 대결이라는 테마를 갖고 있는 콜옵의 멀티의 경우, 죽음이 너무나 쉽고 무의미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순간 순간이 값어치가 있다고 하기 힘들다. 멋진 킬을 따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여운은 금방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격투 게임 장르와 같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몬스터 헌터 및 헌팅 액션 장르가 갖고 있는 한계 역시 명백하다:그것은 바로 '대적자'의 문제이다. 어느정도로 어려운 패턴을 가져야 게이머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학습하며 재미를 느끼는 대적자가 될까? 이미 몬스터 헌터에서도 프론티어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실패한 몬스터 디자인들을 몇몇 내보임으로서 몬스터 디자인이 쉽지 않음을 내비친다:무뢰룡 벨큐로스는 너무 기계적이고 난해한 움직임을 보였었다(꼼수는 초현실적인 의미로 기계적이었다...) 몬스터를 디자인하는 것, 더 나아가서 훌륭한 퀄리티의 몬스터의 수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몬스터의 패턴을 학습하고 공략하는 헌팅 액션 장르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갖고 있는 헌팅 액션 게임이 몇이나 될까? 그나마 오랫동안 꾸준하게 시리즈를 내고 있는 갓이터 정도가 여기에 근접하였다. 그러나 그 갓이터 마저도 몬헌에 비해서 갈 길이 멀다고 비판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몬스터의 디자인 및 게임 매커니즘의 구성측면에서 소위 헌팅액션 장르가 갖고 있는 매력과 한계는 대단히 뚜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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