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액션 게임은 쇠퇴했다.


이는 자명한 명제다. 데빌 메이 크라이나 갓 오브 워 같은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들은 이제 밀리터리 FPS들에게 판매량으로 밀려서 프랜차이즈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반쪽짜리 성공을 거둔 DmC가 200만장 전후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THQ의 다크사이더스 시리즈는 1편은 100만장을, 2편은 150만장 정도의 판매량을 거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콜옵 시리즈들은 1000만장 단위를 가볍게 뛰어넘었으며, GTA5는 1000만장을 아득하게 뛰어넘어 최단 기간 판매량에서 기네스 신기록을 세우는 등 수많은 게임들이 새로운 기록과 문화를 만들어내며 기염을 토했었다. 판매량으로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와 유행하고 있는 장르들을 비교하는 것은 부당할수도 있으나, '적은 판매량=적은 수요'로 인해서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 장르에게 힘든 시장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상업적인 성공 여부를 제쳐두더라도 이러한 척박한 시장환경에서 등장한 베요네타 2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베요네타 2가 닌텐도 Wii U로 나오게 된 데에는 기나긴 우여곡절이 있었다:전세계적으로 130만장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 베요네타 1편은 세가가 2편 제작을 캔슬함으로써 속편 제작이 사실상 백지화 직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닌텐도 자본이 베요네타 2에 투입됨으로서 베요네타 2는 위유 전용 독점작으로 발매되었고 어떻게든 살아남는데 성공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엄청난 잡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베요네타 2는 발매 이후 팬들과 평단 양측 모두에게서 엄청난 호평을 들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러한 호평들이 판매량으로 직결되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말이다.


베요네타 2를 리뷰하기 앞서서 먼저 언급해야 하는 점은 바로 베요네타 라는 작품이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베요네타 1편이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 아니 게임 장르 전반에 끼친 영향은 하나의 콘셉트으로부터의 '수직-수평계열화'였다. 먼저 게임 베요네타의 주인공인 베요네타는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의 안티테제다. 단테의 남성적인 강함과 정면을 돌파하는 직선미에 대비되는 여성의 유연함과 화려함으로부터 시작된 베요네타란 케릭터의 콘셉트로부터 플래티넘 게임즈와 카미야 히데키는 게임의 시스템을 쌓아나가는 전략을 취한다. 그리고 그 중심축에 자리잡고 있는 개념이 바로 '회피'이다.


베요네타의 회피는 여타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의 회피와는 다르다. 데메크나 갓 오브 워에서의 구르기 회피는 게임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공격과 콤보, 공중 띄우기 등의 요소와 함께 게임 전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베요네타에서의 회피는 게임의 핵심 그 자체이며 모든 테크닉으로 파생되는 알파이자 오메가다:회피는 무적 시간이 길게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 회피 성공시에 발생하는 슬로모션인 위치타임, 그리고 콤보를 캔슬하는 닷지 오프 셋과 악세사리에 따라서는 반격기로 쓰이는 등의 다양한 용도와 특성들을 갖고 있다. 게이머는 게임의 기본 기제인 회피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공격과 방어, 콤보와 콤보 캔슬, 캔슬 윅키드 위브 등의 다양한 테크닉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다른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들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일례로 데빌 메이 크라이 4에서 단테의 4가지 액션 스타일들은 각기 다른 메카니즘과 타이밍, 콤보 루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초심자 또는 중급 게이머가 이 요소들을 자유롭게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베요네타는 회피라는 기제로부터 다양한 동작으로 파생시킴으로서,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모든 시스템에 접근하고 응용하며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베요네타 1편의 역발상(각각의 시스템이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부터 전체 시스템이 파생된다)은 액션 장르를 넘어서 다양한 게임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베요네타 2는 이러한 천재적 역발상을 세심하게 가다듬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사실, 베요네타 1편이 워낙 걸물이었기 때문에 이를 능가하는 작품을 속편으로 낸다는 발상 자체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베요네타 2의 최고의 미덕은 1편의 강점과 혁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있다. 그리고 그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몇몇 부분에 약간씩의 템포를 수정함으로서, 1편이 갖고 있었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일단 2편의 기본적인 기제(회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1편과 동일하지만 여기에 몇몇 선택지를 추가함으로서 차별점을 더한다. 예를 들어 2편은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패링 테크닉을 2편은 게임 시스템의 일부로서 포섭을 하고 있다. 물론 1편에 있어서도 튕겨내기 스킬 자체는 존재하였으나, 2편의 경우에는 그 튕겨내기의 타이밍을 '회피 타이밍'과 완벽하게 일체화시킴으로서 게이머가 공격을 받을 때 회피를 할 것인지 아니면 패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이는 일장일단이 있다:패링의 경우에는 하나의 적을 대상으로 경직을 유발시킬 수 있지만, 연속적인 공격(알라우네의 연속 햘퀴기 같은)이나 다수의 공격은 모두 패링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게이머는 끊임없는 이지선다(여기서 회피해서 위치타임을 노리느냐, 아니면 패링해서 적의 경직을 유도하느냐)의 행복한 고민속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기존의 '회피' 판정을 아주 약간이지만, 중요하고도 새로운 방법으로 재해석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베요네타는 피격판정이 나오는 그 순간에 회피를 누르면 박쥐의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서 회피하는 기술이 있다. 이 때 게임은 바로 피격 판정이 나오는 그 부분을 '꽃이 피어나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주는데, 2편에서는 특정 악세사리를 장착하면 이 꽃이 피어나는 타이밍에 정확하게 패링을 할 시 자동으로 위치타임이 발동되게 할 수 있다. 즉, 회피와 위치타임의 발동은 게임 시스템에 있어서 중요한 기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시스템의 발동과 적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회피와 위치타임 발동으로 익히게 된다. 실제 본인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경험했었던 재밌는 현상은 고난이도로 진행될수록 본인이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패링과 회피를 섞어서 쓰면서 게임을 진행했었다는 점이다. 베요네타 2편은 새로운 타이밍을 몸에 익힐 필요없이 새로운 테크닉을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익히고 자신의 플래이에 접목시키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편은 1편의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을 더욱 발전하여 계승한다:전작도 온갖 황당한 연출과 큼지막하면서도 빠른 적들의 공격 등을 통해서 매순간 순간 패드를 놓칠 수 없는 긴장감과 액션의 쾌감을 부여하였다. 2편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게임 템포는 더욱 빨라졌고 게임은 전작에 비해서 더 큰 공격 모션과 강렬한 연출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그러한 온갖 황당한 연출과 빨라진 게임 템포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내가 그러한 흐름에 뒤쳐진다, 더이상 따라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주기 보다는 '조금만, 조금만 더!' 짜릿한 스릴감과 아슬아슬함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는 게임은 가끔씩 '주변에 폭풍이 휘몰아쳐도 나홀로 고요한 폭풍의 눈 한가운데를 걷는듯한' 평온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전적으로 2편의 연출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모션들은 매우 크고 화려하지만, 동시에 게이머는 모션이 크기 때문에 이를 예측할 수 있다. 즉, 모션을 보고 회피하는 것이 아닌 모션이 나오기 전에 등장하는 큰 준비동작을 보고 거기에 한발짝 빠르게 대응함으로서 공격들을 여유롭게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출의 측면에서 베요네타 2는 다른 게임들, 심지어는 서양의 트리플 A 게임들도 쉽게 성취하지 못한 경지에 도달한다. 게임은 시종일관 거대한 보스와 적들 혹은 연출들로 가득차 있지만, 카메라와 게임 내의 미장센, 구도 등은 전혀 산만하지 않다. 플랫포밍은 여전히 게이머에게 나아가야할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게임의 연출은 아주 작은 디테일과 거대한 스케일 양측면을 분명하게 포괄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물속에서 벌이는 거대한 보스와의 일전에서 보스가 칼을 뽑아들고는 내리칠 때, 게이머는 모세의 기적마냥 물이 '좌우로 갈려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분명하게 목격하게 된다.(더 교활한 것은 대부분의 게이머는 이 공격을 회피하고 위치타임을 발동시킨다는 점이며, 이 구간은 이 보스전의 딜링 타임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제작사는 이러한 연출을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목격하게끔' 집어넣었다) 이와 같이, 큰 스케일에서의 변화와 그 내부에서의 세밀한 디테일들의 결합, 그러면서도 양측 모두를 놓치지 않고 모두를 잡아내는 카메라와 스테이지 구성은 영화적인 카메라 움직임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대다수의 TPS류 게임들과는 색다르고 개성있는 무언가라 할 수 있다.


또한 2편은 전작의 무기들 대부분을 쳐내고 새로운 무기들을 게임에 도입한다. 그리고 평타와 차지 샷으로 분리되는 각각의 무기 메커니즘을 2편은 각기 다른 색다른 방식의 메커니즘을 도입한다:가령 전기톱 샐러멘더의 같은 경우, 다른 무기에는 존재하는 차지샷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대신에 공격이 적중하고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특정 타이밍에 버튼을 때면, 강력한 추가 공격이 가해진다. 즉 조금 데미지가 쎈 P-P-P-P 공격이 P-(추가공격)-P-(추가공격)-P-(추가공격)-P-(추가공격) 이라는 총 8연타의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입히는 공격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무기들은 각자 다른 메카니즘과 특성을 갖고 있으며 전작처럼 팔과 다리에 세팅하고 자유롭게 콤보를 구성하는 재미가 2편에서는 두배 이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멀티플래이의 추가는 보통은 잘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이지만,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베요네타 2는 스테이지에 적들을 풀어넣고 적들을 전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되 누가 더 적을 스타일리쉬하게 많이 죽이나를 겨루는 경쟁-코옵 모드를 게임에 삽입하였는데, 사실 이러한 액션 게임에 경쟁-코옵 멀티플래이가 들어갈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놀랍게도, 이 경쟁-코옵은 원래부터 이런 게임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직관적이며 동시에 재미를 보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아나키 레인 같은 괴작 멀티플래이나 다양한 액션 게임을 만들면서 쌓아온 플래티넘 게임즈의 내공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베요네타 2의 경쟁-코옵 모드는 베요네타 2의 본질을 고스란이 멀티플래이 경험에 접합시켰다는데 있으며, 싱글플래이 및 위치 트라이얼(엑스트라 스테이지) 이외에도 오랫동안 게임을 붙잡고 플래이할 수 있는 요소를 삽입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베요네타 2는 위유의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베요네타 1편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텍스처나 광원 같은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플4나 엑원 게임에 비교할 바는 못된다. 하지만 그래픽이 눈속임이라고 생각했을 때, 베요네타 2는 그러한 차세대 게임들의 디테일들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픽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뒤떨어지지만 게임은 그러한 디테일의 부족함 보다는 플래이 내내 화사하고 상쾌하며 유쾌한 느낌의 연속이다. 심지어는 때때로 소위 차세대 게임들보다 더 나은 그래픽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는 게임을 만들 때의 '철학'이나 '방향성 설정'의 문제(무엇에 어떤 역량을 집중하고 사람에게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라고 생각된다. 가령 라스트 오브 어스가 카메라를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은 드라마들과 인물의 내밀한 이야기로 돌렸을 때 초점을 기존의 게임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잡았던 것처럼, 베요네타 2 역시도 자신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래픽의 역량을 집중하였기에 '아름답다'라는 감정을 게이머에게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베요네타 2는 전작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한 작품이며, 그것을 발전 개수하기 위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베요네타 2는 게임 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베요네타 2의 가장 큰 단점은 플랫폼이 위 유다 라는 것과 아무도 요즘 액션 게임을 하지 않는다 라는 두 명제가 베요네타 2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발목을 잡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게임들이 판을 치는 요즘의 세태에서 베요네타 2가 보여주는 미덕을 일본 게임 뿐만 아니라 서구 게임들 모두가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라고 본인은 본다. 


개인적으로 어느 한 게임만으로 콘솔을 사는 시대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 2는 위 유라는 플랫폼만 보고 넘기기에는 아까운 그런 물건이라 본인은 생각한다. 사실 그것이 닌텐도 위유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한계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강점이기도 하지만, 닌텐도 퍼스트 파티 게임들까지 고려해서 본다면 베요네타 2와 위유를 다 같이 질러서 플래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본다.



덧.위유판 베요네타 2는 1편을 동봉해주는데, 2편을 플래이해보면 왜 동봉해줬는지를 알 수 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뒤통수를 치는 동시에 어느정도 만족스러운(당혹스럽지만) 작품이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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