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멀티플래이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본인에게 있어 멀티플래이 게임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였고, 그 후엔 카운터 스트라이크, 래인보우 식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곤 콜옵식의 빠른 패이스의 멀티플래이와 그에 맞서는 배틀필드의 거대 전장과 장비전, 레프트 4 데드 이후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된 협동 플래이, 스셀 시리즈의 스파이 대 용병, 다크소울 식의 싱글과 멀티플래이의 혼재,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의 함깨하는 게임의 세계, 어크 시리즈의 심리전적인 멀티플래이 등 다양한 멀티플래이를 경험했었고 즐겨왔다. 물론, 실패한 경우도 많았었다:케인 앤 린치 2의 경우에는 게임의 이론, 죄수의 딜레마 등의 요소를 도입한 멀티 시스템을 선보였다가 게이머들의 낮은 이해도로 인해서 실패하였고, 에너미 테러토리 시리즈의 경우에는 괜찮은 게임에도 불구하고 그 뒤를 이어줄 수 있는 정신적 계승작의 부재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었다. 


다양한 사례들을 모두 일반화 시키기에는 좀 그렇지만, 멀티플래이 게임의 성공과 실패에 있어서 적어도 게이머들은 수긍할 수 있는 어떤 하나의 일반명제를 도출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멀티플래이 게임의 룰은 모두가 이해하고 숙지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간단'해야 한다. 케인 앤 린치 2의 경우를 보자. 게이머들은 한 팀이 되어서 돈다발을 강탈하고, 도주지점까지 무사히 나와야한다. 문제는, 게이머가 팀원을 배신해서 팀원의 돈다발까지 들고 도주할 수 있으며, 게이머는 팀원과의 배신-협동 사이의 관계를 자신의 스코어와 비교하면서 신중하게 결정내려야 한다. 이러한 배신-협동의 선택의 이익을 두고 그래프를 그린다면, 게이머는 현금을 강탈할 때까지 협동을 하고 이후에 현금을 들고 튀는 과정에서 배신을 때리는 것이 가장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신뢰와 협동을 무너뜨리기 가장 좋은 지점이다. 협동과 배신, 신뢰와 뒷치기가 같은 라운드 내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캐인 앤 린치 2의 멀티는 새로운 명제를 제시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적인 지점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똑같은 룰의 멀티 데모를 플래이했을 때 적지 않이 실망한 것은, 게이머들이 이러한 룰을 숙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배신은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며, 이 게임만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어떤 게이머도 게임 도중에 배신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서, 게임은 단순한 '코옵 멀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와같이 모든 플래이어가 '룰'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멀티플래이 게임이 만들어진 의도대로 플래이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으며 이 핵심적인 룰의 지점에서 거의 대부분의 멀티플래이 게임들은 최대한 단순한 형태를 취하려 한다. 가령, 콜옵 시리즈의 팀 데스매치나 배틀필드 시리즈의 컨퀘스트 같은 게임의 경우에는 개별 플래이어들이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취할수 있는 전략, 또는 킬스트릭을 통해서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그 게임의 규칙이란 '상대팀 보다 우리팀이 킬 포인트를 더 많이 먹는다'나 '맵 상의 고지를 점령하여 적을 압박하고 승리한다' 등의 단순명쾌한 명제이며 게임 플래이는 게이머 개개인의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쏘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케인 앤 린치 2의 멀티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게임의 규칙, 즉 어떻게 하면 가장 점수를 많이 낼 수 있는가라는 협동-배신의 포인트에 있어서 게임은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배신에 있어서 게이머가 얻는 이익을 크게 설정하지 않음으로서 게임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그러한 틀을 벗어나 성공한 케이스들도 꽤 존재한다:어크 멀티의 경우, 기본적으로 게임은 숨바꼭질의 룰에 기초하고 있으며 게임은 게이머의 운동신경과 순간 판단능력을 매번 체크하는 것이 아닌 느린 패이스의 '심리전'의 양상(물론 추격과 순간적인 판단능력도 필요하기도 하지만)을 띈다. 게이머는 주위의 정보들, 속삭이는 소리와 패드의 진동, 그리고 군중 속에서 누가 튀는 행동을 하는지 등을 판단하고 특수능력을 사용해서 자신을 노리는 상대방의 암살을 커트할 것인가, 아니면 도망가서 후일을 기약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한다. 이런 점에서, 게임은 여타 멀티플래이 게임들보다 더 많은 정보량을 짧은 시간에 처리해야한다. 또한 게임은 각각의 게임 모드에 따라서, 판이하게 게임 전개와 게이머의 플래이가 달라지게 된다:가령 지명수배의 경우, 자신을 뒤쫒는 암살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화려한 행동들(뛰어다니는 등)을 할 여유가 존재하지만, 암살의 경우에는 암살 타겟을 설정하는 것이 게이머들이기 때문에 자신을 노출 시키는 것은 곧바로 자신을 다른 게이머에게 암살 타겟으로 드러내는 형국이 되기에 절대로 뛰어선 안된다. 인간사냥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팀전이기에 협동해서 은신하는 눈치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렇기에 어크의 멀티플래이는 복잡하다는 느낌을 쉽게 받는다.


그렇기에 어크 멀티플래이는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당혹스러운 멀티플래이며,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멀티플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크 멀티플래이는 멀티플래이에 있어서 하나의 '가능성'을 부여하였다:그것은 단순한 룰에 의해서 능동적으로 뛰어다니며 총을 쏘고 적을 박멸하는 자극적인 멀티플래이 이외에도, 다른 형태의 멀티플래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크의 멀티플래이는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게이머는 살아남기 위해서 NPC인척 연기를 해야하며, 주위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생각하며 동시에 암살자를 끌어들여서 제압하고 도망치는 등의 전략전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어크의 멀티플래이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연극무대'라고 볼 수 있으며, 매번 매번의 암살은 다양한 맥락이 맞물려 들어가는 상황 그 자체가 되고 그렇기에 각각의 암살 성공은 단순한 사격 연습 이상으로 게이머에게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부여한다. 


이런 식으로 콜옵이나 배필식의 멀티에서 벗어나는 것, 새로운 멀티의 가능성을 보는 것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콜옵이나 배필식의 멀티가 우리에게 주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쾌감은 부정할 수 없으며, 규칙의 단순함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갖는 이점은 현재 대부분의 멀티플래이들이 콜옵과 배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과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게이머들이 쉽게 매료될 수 있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였을 때, 이번 E3에서 공개된 래인보우 식스:시즈는 어떤 의미에서는 또다른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게임은 과거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의 멀티플래이의 전략성(하트비트 센서를 이용한 상대방 감지와 원샷 원킬의 긴장감. 적들이 맵에 표시되지 않는 점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끌어들이려 하면서(라운드 준비시간 동안의 정찰, 진입루트의 모색, 부비트랩, 바리케이드 설치등의 요소 등), 동시에 빠른 게임 플래이(한 라운드에 5분 내외)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서 새롭고 깊이있는 멀티플래이를 확립하면서 게이머를 끌어들이고자 노력한다.


게임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보다 본인이 더 관심이 생기는 지점은, 시즈의 게임 플래이 영상에 게임을 플래이하는 게이머들의 '목소리'까지 게임 트레일러의 내부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과거의 멀티플래이 게임들은 게이머들이 소통하는 지점이 거의 전무하거나 상당히 간편한 기제(커모로즈 같은)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을 숙지하여야 한다. 대화는 약어로 진행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으며, 게임은 대화없이도 진행이 가능했다.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헤드셋이나 음성체팅이 게임 내부로 자연스럽게 들어왔으며, 음성챗은 멀티플래이 게임의 일부로 자리매김하였으나, 게임은 여전히 단순한 룰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게이머간의 의사소통은 '필수적'이지 않은 것이 되었다. 하지만 래인보우 식스:시즈의 트레일러는 보여주는 것은, 비록 그것이 연출된 것이라 해도, 게이머들이 적극적으로 보이스쳇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타 FPS 게임에서는 다른 플래이어가 좀 더 잘하는 봇 이상 이하도 아니었고 팀워크의 개념도 희미했었다면, 시즈의 경우에는 그것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강제되어야 하며 게이머들이 서로 의견을 교류하며 전략을 세우고 움직이며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며 깊이있고 복잡한 의사소통으로 멀티플래이의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다:게이머들은 여태까지 그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으며, 수많은 국가의 게이머들이 각기 다른 언어를 쓴다면, 이러한 언어적 장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다크소울 시리즈가 정말로 무식하고 단순하면서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이스 챗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제스처로 의사소통하는 수단을 부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즈는 그런 요소로 커버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전략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앞으로 제작자들이 진지하게 고려해야할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시즈는 2015년에 발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