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PS4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올드 게이머라면 1991년에 나온 울펜슈타인 3D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믿는다:울펜슈타인 3D는 id가 둠을 만들기 전, 본격적으로 FPS라는 장르의 공식을 세우면서 히트치게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는 작품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id라는 제작사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울펜슈타인 3D가 나온지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FPS 게임계에 무슨일들이 있었는가? 퀘이크와 언리얼 토너먼트가 소위 하이퍼 FPS의 왕좌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었고, 콜옵과 메달 오브 아너가 2차세계대전 밀리터리 FPS를 정립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콜옵 시리즈가 모던 워페어를 통해서 영화적인 연출과 현대적인 밀리터리 FPS라는 개념을 확립하였다. 그리고 이젠 콜옵과 배틀필드가 현대 밀리터리 FPS의 왕좌를 놓고 싸우는것처럼 보이다가, 블랙옵스 2와 어드벤스드 워페어 등으로 전장을 현대가 아닌 미래로 이행하려는 것처럼 보이며, 메인스트림 바깥에서는 바이오쇼크나 디스아너드, 데이어스 엑스:휴먼 레볼루션 같은 실험작들이 FPS의 경계를 부수려고 시도했고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동안 울펜슈타인은 무엇을 했는가? 물론 울펜슈타인 프랜차이즈는 2001년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이후로 계속 존속하였으며, 잊을만한 시간이 되면 울펜슈타인은 돌아왔다(2001 리턴 투 케슬 울펜슈타인, 2003 에너미 테러토리, 2009 울펜슈타인, 2014 뉴 오더) 하지만 이 프랜차이즈가 거둔 성공이란 시리즈의 연명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울펜슈타인 3D가 둠 이전의 FPS의 문법을 세웠다면, 이제 울펜슈타인 시리즈가 FPS 계에 미쳤던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였으며 게임 플래이나 스토리 등에서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물론 에너미 테러토리의 경우,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계보를 이어나갈 게임이 퀘이크 워즈에서 끊김으로 인해서 유의미한 움직임이 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질서New Order가 지배하는 FPS 세계에서 이 장르 최초의 히트작이었던 울펜슈타인이란 프랜차이즈가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도태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과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FPS의 새로운 질서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도 불구하고 울펜슈타인은 구태의연한 게임 구조와 이야기를 들고 뉴 오더로 다시 돌아왔다. 이 닳고 닳아버린 프랜차이즈가 과연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것인가?


울펜슈타인 뉴 오더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과 울펜슈타인으로부터 이야기가 이어지는 작품이다:주인공인 B.J 블라스코윅즈는 임무도중에 심각한 부상을 얻고, 14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세계는 나치가 지배하고 있었으며 블라스코윅즈는 다시 한번 나치와 싸우기 위해서 총을 빼든다. 사실, 이제 나치를 죽이는 것은 장르적인 특성도 아니고 모든 서브컬처 작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흐름이자 경향이다. 그리고 나치를 죽이는 것이 하나의 경향이라는 명제를 놓고 뉴 오더를 본다면, 뉴 오더는 또다시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들고와서 구태의연한 플래이와 함께 버무리는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뉴 오더가 그런 구태의연함을 작품 전반에 도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요소들이 시너지를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뉴 오더가 보여주는 게임플래이는 전적으로 과거지향적이다. 요즘 FPS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콜옵식의 일자진행의 레일로드 액션을 지향하지 않고, 과거의 액션 어드벤처식의 맵 탐색과 수집 요소들과 탄약을 곳곳에 숨겨놓는 스테이지 구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뉴 오더의 게임 흐름은 '일직선'적이다. 거대한 맵을 두고 다양한 방식의 플래이 방식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며, 기존의 복도식의 맵에서 중간 단계들을 좀더 키운 뒤에 그 내부를 다양한 디테일로 채워넣은 형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은 기본적으로 '잠입'이라는 요소를 시스템의 일부로서 그럴듯하게 구현하는듯 하지만, 기본적으로 잠입 게임으로 보기에는 잠입의 요소가 대단히 단순하며 정형화되었다:앉아 있는 상태에서 적들이 주인공을 인지하는 범위는 관대할 정도로 짧으며, 소음기 권총과 나이프 투척이 너무 강력해서 잠입액션 게임을 조금이라도 즐겨봤던 사람들에게는 발각되기 전에 모든 적들을 처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노말 난이도 기준)


뉴 오더 내에서 잠입이라는 요소는 대단히 거친 방식으로 재현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게임 내에서 크게 겉돌지는 않는다:잠입을 강제하는 스테이지가 몇몇 있기는 하지만(교도소와 강제 수용소 스테이지 같은), 기본적으로 잠입이 가능한 스테이지와 불가능한 스테이지가 비율면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게임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극단적인 파괴로 가득차 있으며, 모든 무기를 두자루씩 드는 아킴보 슈팅은 아드레날린과 남성 호르몬의 과다분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없고 과격한 플래이를 게이머에게 보장한다. 기본적으로 달리고-쏘는 것 말고는 다른 게임에 비해 특출난 시스템이 없는 울펜슈타인 뉴 오더가 그나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점이 기본적인 총 쏘는 맛과 총을 맞는 적들의 반응에 대한 표현 자체가 훌륭하였으며 이 점에서는 다른 트리플 A급 게임들을 능가한다. 하지만, 계속 쏘고 달리고를 반복하며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콜옵식의 레일로드 스테이지와 다르게, 뉴 오더는 일직선이긴 하지만 여기저기 돌아볼 수 있는 거대한 스테이지 구조와 거칠고 단순하지만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잠입 기제를 집어넣어서 과격한 액션 사이에 '쉬어가는' 스테이지를 집어넣었고, 그 결과 게임은 파괴와 혼돈의 액션과 그 사이를 쉬어가는 휴식 시간으로서의 잠입(거칠고 투박하지만)과 돌아볼 수 있는 스테이지 구조가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게임이 취하는 구시대적인 체력회복 시스템과 난이도는 게이머에게 끊임없이 넓은 스테이지를 탐색하게 만드는 동력을 제공한다. 울펜슈타인 뉴 오더의 체력-체력회복 시스템은 구시대적인 체력회복 아이템을 이용한 회복과 요즘 대부분 게임들이 취하고 있는 콜옵 시리즈의 자동회복을 일부분을 차용한 구조인데, 20단위로는 자동으로 회복하지만 그 이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체력회복아이템을 섭취해야 회복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들의 숫자나 화력, 내구력 역시 체감상 상당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끊임없이 체력과 총알을 쏟아붓고 이것을 보급하기 위해서 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탐색을 해야한다. 그리고 다양한 루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은 적을 우회해서 공격할 수 있는 대체루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한 곳에 머무르면서 적을 깨작깨작 처리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측면을 효과적으로 기습하는 쪽으로 게임을 플래이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넓은 스테이지를 탐색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맵을 디테일하게 구성한 것이 아닌, 맵의 구조를 게이머의 필요에 따라 탐색하며 자연스럽게 아이템과 숨겨진 요소를 수집하게 되는 구조를 보여준다.(동시에 버튼 눌러서 그 많은 아이템을 먹어야하는 것이 그렇게 괴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여전히 단순 그 자체로 보인다:화끈한 액션과 그 사이를 쉬어가는 탐색과 잠입이 균형을 맞추더라도, 기본적인 액션은 단순하게 엄폐하고-쏘고-달린다 라는 구세대적인 지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시대에 철저하게 뒤떨어져있다:예를 들어 바이오쇼크의 경우에는 한손으로는 초능력을, 한손으로는 총을 쏘며 주변 지형 지물과 초능력을 결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고, 디스아너드는 FPS에 도입이 불가능할거라 본 파쿠르를 게임에 도입하여 스테이지를 다층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콜옵이나 배틀필드의 경우도, 단순한 싱글플래이를 지향하지만 중간 중간에 다양한 최첨단 현대무기를 다루는 미니게임을 집어넣음으로서 단순하게 쏘고 달린다라는 감각만으로 싱글이 가득차 있다는 것을 부정하려 애쓴다. 뉴 오더는 그런 점에서 본다면 구태의연 그 자체이다.(물론 중간중간 쏘고 달리는 것 외에 미니 게임도 있긴 있다.) 그것이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는 게임의 요소들이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없다.


울펜슈타인 뉴 오더를 높게 평가할만한 지점인 동시에 게임이 이 구태의연한 게임플래이들을 모두 끌어모아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숨겨진 고리는 바로 게임의 이야기다. 혹자는 뉴 오더의 이야기를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타드:거친 녀석들'에 비유하면서 "불랫스톰 같은 게임에서 어떤 도덕적인 불쾌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지점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엣지의 프리뷰 기사) 하지만 유념해야하는 것은 바스타드라는 영화 자체도 도덕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인 복수극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히틀러는 유대인 특공대 손에 죽어서 시체에 총질을 당하고, 나치에게 가족을 잃은 유대인 소녀는 흑인 조수의 도움을 받아 극장에 불을 질러서 나치 고관대작들을 모두 태워죽임으로서 자신의 복수를 달성한다. 울펜슈타인 뉴 오더가 서사전략으로 취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며, 게이머는 뉴 오더의 이야기를 따라올라가면서 나치의 악행에 대해서 분노하게 되고 그 분노를 동력으로 게임 내의 텍스처 덩어리인 나치들에게 분노를 쏟아내게 된다.


재밌는 점은 나치의 악행이 '육체'라는 매게를 통해서 드러난다는 점이며,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는 육체에 상처나 결함 또는 낙인이 있거나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등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뇌에 파편이 박혀있는 블라스코윅즈, 나치의 아이를 배었다가 유산한 아냐(레모나의 일기로 자신을 드러내긴 하지만), 하반신 마비인 케롤라인, 유대인인 셋 로스, 흑인에 큰 화상자국이 있는 J, 신경증적인 모습을 보이는 테클라, 뇌절개를 당한 맥스 하스, 나치였지만 자신의 자식을 나치의 손에 잃고 나치에게 복수할 때까지 자신의 나치 문신을 남겨놓겠다는 클라우스 등등. 이들 모두 나치에 의해서 육체적-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나치에게 복수해야하는 도덕적인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비정상적이며 다양한 모습의 레지스탕스 반대편에는 나치의 웅장한 정상세계가 자리하고 있다:아이젠발트 수용소 스테이지에서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크기의 판테온이나, 데스헤드의 시설, 런던 노티카의 모습 등등까지, 게임은 나치의 신화적 이미지에 대한 집착과 그에 대한 미학을 디젤펑크 식으로 포장하고 말도안되는 크기로 뻥튀기 한다. 그리고 이 웅장한 새로운 질서New Order(히틀러가 전쟁중인 1941년, Neuordnung이라고 공개적으로 선포한 유럽 전반에 대한 정치적 계획)에는 그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비정상인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데스헤드가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를 '네놈을 위한 자리는 이 세계에 더이상 없으니 포기해라'식으로 비꼬았던것처럼, 이미 새로운 질서가 들어섰고 지켜야할 것이 없어진 레지스탕스가 복수에 연연하는 것인 무의미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냐가 나치에게 계속해서 복수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자 자신의 친구였던 사람들이 나치가 되거나 나치인척 했던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블라스코윅즈의 케릭터의 재해석이 빛을 발한다:여태까지 금발벽안의 정진정명한 마초 이미지에 머물러있었던 이 무색무취한 케릭터는 뉴 오더를 통해서 '전쟁에 신물이 난 전쟁영웅'로 탈바꿈하며 이 변화는 나치의 정상세계와 비정상적인 레지스탕스의 경계에 있다:프라우 엥겔이 블라스코윅즈를 아리아인의 표상으로 칭찬하거나, 데스해드가 블라스코윅즈와 자신에게는 윌리엄('William' B.J Blazkowikz)이라는 같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하거나, 월면기지 스테이지 도입부에서 나치 장교가 블라스코윅즈의 머리에 박힌 파편을 X레이 검사대로 투시하고는 대전쟁 때 참전한 전쟁영웅으로 그를 대우하는 지점 등등에서 블라스코윅즈는 은근슬쩍 나치라는 악역과의 경계에 발을 담는다. 어찌보면, 서로의 적을 무참하게 도륙을 낸다는 지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상대방의 육체를 통해서 그로테스크하게 표지된다는 점에서 블라스코윅즈는 나치와 접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은연중의 접점을 블라스코윅즈는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도덕적인 죄책감, 그리고 아냐와의 로맨스로 철저하게 부정한다.


블라스코윅즈와 아냐의 정사장면에 대해서 폴리곤의 극찬에는 본인 역시 동의하는 편이다.(링크는 여기) 아냐와의 정사장면은 훌륭하게 잘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단순하게 성적자극을 위해 삽입된 것이 아닌 스토리 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더이상 지켜야할 것이 없는 블라스코윅즈에게 지켜야할 일상(아냐)을 부여하며, 동시에 '어떤 때는 크리스마스고 어떤 때는 생일이었던 것처럼' 좋았던 옛날을 환기시키는 육체적 경험으로서 섹스가 들어선다. 이는, 뉴 오더라는 게임 자체에서 나치의 육체에 가해지는 무지막지한 폭력과 복수라는 부정적인 육체와의 관계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상처받은 두 영혼(블라스코윅즈는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졌으며, 아냐는 자신의 부모를 잃어버렸다)이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행위로서 섹스가 그 자리에 들어선다. 그리고 처음 오프닝 시퀸스의 평화로운 일상의 환상을 블라스코윅즈가 '전사로서 이런 일상은 현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하지만 마지막엔 그 환상에 아냐가 들어옴으로써 '지켜야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라는 감각으로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아냐와 블라스코윅즈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고, 섹스는 그러한 변화에 있어서 중요한 화학적 촉매로 작용하며 그들이 도덕적인 복수를 넘어서 나치의 새로운 질서와는 다른 인간들임을, 그리고 희망이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하게 된다. 그렇기에 울펜슈타인 뉴 오더의 이야기는 나치에 대한 도덕적인 복수와 고발이 게임을 움직이는 주된 추동력으로서 작용하였으며, 그것이 더나아가서 '내가 나치를 쳐죽이는 것과 나치들이 레지스탕스를 쳐죽이는것과 뭐가 다른가'라는 찝찝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놀랍게도 잔잔한 이야기와 여운이 남는 카타르시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물론 스토리에 대해서, 여전히 도덕적인 복수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지적할 수 있다: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처럼, 나치즘은 그 잔학한 행위와 함께 이를 지지하는 수많은 일반대중의 생각없음과 침묵, 즉 평범한 악의 개념에 근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둘을 한꺼번에 다루는 것, 무지막지한 악으로서의 나치와 평범한 악으로서의 나치즘의 지지자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이야기의 초점을 흐릴 수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행동하는 매체로서의 게임의 특징이 복잡한 서사와 잘못 결합하면 나치를 죽여야하는데 나치를 죽이라는건지 말라는건지 햇갈리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게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과 관계를 게임이 게임 서사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울펜슈타인의 그래픽 엔진은 id의 id tech 5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레이지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메가텍스처와 질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60프레임으로 구동되는 것과 근거리에서의 디테일이 세밀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 차세대 전용이라는 메리트는 전혀 없어보이는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다. 차세대의 표준적인 그래픽의 기준을 세컨드 선에 놓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음악과 효과음에 있어서 완성도는 훌륭하다 평할 수 있는데, 총기 발사음과 타격음이라던가, 혹은 모두 독일어로 더빙되어 녹음된 나치 적들의 음성이라던가(파크라이 3의 샘 배커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뭐든지 독일어로 발음하면 나쁜놈 같이 보이지!), 심지어는 그 당시의 팝송들을 새로운 질서 하에서 재해석해서 편곡-삽입하였다던가 등의 세밀한 지점까지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울펜슈타인:뉴 오더는 FPS에 새로운 질서가 들어선 시대에 구시대적인 발상과 구시대적인 이야기로서 맞대응하는 게임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구세대적인 감성에 입각한 게임이기에, 게임은 여전히 구세대적인 한계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훌륭한 스토리가 평균은 보장하는 게임 플래이를 엮어서 시너지를 이루고 있으며, 멀티가 없다는 점, 1-2회차 이상은 반복하기 힘들다는 점 등의 요즘 게임 답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사람들이 매료될만한 게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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