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새 술에는 새 부대가 필요하다: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차세대 콘솔에는 차세대 기기에 걸맞는 철학과 성능을 갖춘 작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각각의 콘솔들은 그런 자신들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독점작'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경쟁기종에 비교하여 더 경쟁력있는 지점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플4와 엑원이 런칭된지 4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양측 모두 다소 '아쉬운' 지점이었다. 특히 경쟁자에 비해서 소비자들을 확 끌어들일만한 무언가, 그리고 이 게임 하나만으로 이 콘솔을 살 수 있다 라는, 소위 킬러 타이틀의 부재는 분명히 플4가 리드하는 상황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결정타를 먹이지 못하는 미진한 상황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플4와 소니 진영은 킬존 쉐도우 폴의 실패를 극복하려는 듯이 플삼 독점 프랜차이즈였던 인퍼머스 세컨드 선을 발표하였고, 많은 사람들은 세컨드 선이 과연 차세대를 사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게이머에게 그래픽이나 게임의 호쾌함에 있어서 충분히 플4를 사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타이틀이다:하지만 문제는,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잘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꺼림칙한 인상을 잔뜩 안겨주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못만들었기에 느껴지는 불쾌함이나 짜증남과는 다른 지점이다. 오히려, 더 잘만들어지고 잘 다듬어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어색함을 게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지점에서 어딘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기묘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퍼머스 시리즈가 지향하는 지점은 GTA 류의 오픈월드 게임에 만화에서 나오는 초능력자들의 문법을 도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위험에 빠진 도시가 있고, 초능력을 가진 초인이 도시에 등장한다. 도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초인(=게이머)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임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각종 서브컬처에서 나오는 상상력을 게임에 접합시킨다:게이머는 자동차나 헬기 같은 현대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건물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며, 혼자서 수십명의 특수부대와 탱크, 헬기 등등을 쓸어버리기도 한다. 또한 GTA 같은 게임들이 도시라는 풍경을 배경으로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소소한 서브 미션 등등의 요소를 집어넣어 풍경이 단순하게 풍경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을 할수 있는 지점을 만들었다면, 인퍼머스 시리즈의 경우 그보다 더 나아가는 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게임의 기본 컨셉 자체가 만화 등의 초인을 다루는 서브컬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을 드러내듯이, 게임은 카르마 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하였을 시에 그에대한 피드백을 주고 스토리와 게임 플래이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을 만들기도 한다. 컨셉 자체로만 본다면 인퍼머스 시리즈는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상당히 기묘한 전투 방식을 보여준다:기본적으로 우리가 초인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압도적인 강함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인퍼머스 1편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프로토타입의 경우, 그러한 압도적인 파괴력을 여실히 잘드러냈었다. 하지만 인퍼머스 시리즈의 경우 초기의 이미지와 다르게 사격전 위주의 짤짤이가 주를 이루었으며, 이로 인해서 초창기 게임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세컨드 선 역시도 그 경계에 사로잡혀 있는데, 게임의 재미와는 별개로 전투가 사격에 치우쳐 있기에 갖는 아쉬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카르마 스트릭의 호쾌함이나 대형탄으로 파괴할 수 있는 사물들의 파괴 효과 등등은 아름답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게임은 '짤짤이'라고 폄하될 수 있는 사격전이 기본 베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짤짤이 위주의 사격전과는 별개로 게임의 전투는 잘 짜여져있다:게임 내내 상대하는 통합보안부 적들은 크게 4종류(콘크리트 점프로 이동하는 경보병, 게이머의 발목을 묶는 마법사형 적, 중무장하고 근접공격만 하는 적, 차폐물을 만들어내는 적)로 구분이되며, 각각의 적들은 각자 맡은 역활이 있고 게임을 상시 긴장하게 만든다.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작 세컨드 선에서 통합보안부 적들은 기본적으로 매게체라는 설정을 달고 있으며 적들은 게이머를 따라 건물 위로 건물 아래로 뛰어다니면서 게이머를 성가시게 만든다. 그리고 중무장한 적들은 군중제어기가 먹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가하거나, 아니면 근접공격으로 쉴드를 부숴야 하는 등의 각자의 격파 방법이 다르다. 이런식의 다양한 적들이 배합되서 나오고 적들의 화력 역시 막강하기에 게임의 전투는 혼돈을 달리게 된다. 그리고 게이머는 이 난관을 플어나가기 위해서는 전투중 체력 회복 수단과 무적 판정이 달려있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그렇기에 게임은 무적 판정이 붙어있는 대쉬를 이용해서 정신없이 이동하며 적들을 상대하고, 밑에서 다룰 능력에 따른 카르마 획득 및 체력 회복 기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은 크게 연기, 비디오, 네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능력별로 각기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르며 게이머의 선악 카르마에 따라서 게임의 진행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가령, 연기 능력의 경우 선한 카르마로 진행할 시에는 헤드샷을 날리면 적들이 비틀거리는 상태에 빠져서 이를 제압하는 것으로 선한 카르마를 획득하며 능력 업그레이드 상태에 따라서(보통은 필수적으로 찍겠지만) 자동적으로 체력을 회복하게 된다. 반면, 네온의 경우에는 머리가 아닌 발목을 공격함으로서 적을 제압하고 선 카르마를 획득할 수 있으며, 헤드샷을 하는 경우에는 악 카르마를 획득하며 체력을 회복한다. 이와 같이 능력에 따라 선과 악 카르마에 따라서 전투 방식을 판이하게 만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게임은 각각의 능력에 있어서 고유하고 매력적인 공격 패턴을 넣기는 했지만, 그것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 능력간의 변환이 쉽지 않다는 점 등등으로 인해서 전투 시스템의 매력을 깎아먹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능력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대단히 심각한 지점이라 볼 수 있는데, 게이머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연기-네온-비디오 밖에 되지 않는다는데다가 각기 전투를 풀어나가는 기술이 대략 3-4개 밖에 되지 않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투에 있어서 능력이 많지 않다는 점, 그렇기에 전투가 몇몇 파워를 반복해서 쓰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점에서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결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세컨드 선의 치명적인 문제는 그런 전투의 단조로움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는 재밌기도 하니까)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가장 큰 문제는 오픈월드 게임이면서, 왜 이 게임이 오픈월드로 만들어졌어야 했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보자:GTA 시리즈의 경우, 게이머는 도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이며, 도시는 게이머에게 있어서 범죄의 공간이자 기회의 공간, 그리고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 지점에서도 자연스럽게 범죄를 저지르며 범죄에 가담하는 서브미션을 하게 된다. 어크 4:블랙 플래그의 경우에는, 게이머는 해적이며 바다를 배경으로 약탈을 하고, 해적 답게 보물을 찾아 여기저기를 뒤지게 된다. 레드 데드 리뎀션의 경우, 게이머는 최후의 무법자가 되서 서부시대의 황혼을 만끽한다:무법자 사냥, 야생마 길들이기 등등... 이처럼 광대한 시공간을 제공하는 오픈월드 게임들은 보통 '이러한 시공간이 필요한/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제공하며, 그것은 게이머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이나 게이머가 그 공간에서 자잘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미션들이나 시스템 등의 게임 서사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인퍼머스 세컨드 선에는 그러한 '활동'과 시애틀이라는 세계와의 관계 맺음이 거의 전무하다:게이머는 일정 구역에서 무한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들(마약상 단속 같은)을 무한하게 반복해서 해결을 하는 것, 그것이 카르마가 오르고 게이머가 시애틀이라는 세계를 향해 관계맺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여태까지 다양한 오픈월드 게임들이 해왔던 다양한 시도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서브미션이 부족하다는 것은 세컨드 선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게임 서사와 게임 시스템 사이의 긴밀한 연관관계가 없기에 생기는 문제이다:왜 초인은 시애틀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통합안보부와 싸우는가? 물론 게임은 대하 서사시 급은 아니지만 작고 친밀한 지점에서(아코미쉬 라는 자신의 부족을 위해서) 서사를 시작하며,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면서 악동이며 체제의 반항아가 매게체 동족들인 펑크족 소녀와 찌질이 너드를 데리고 통합안보부의 압제로부터 시애틀을 구해낸다는 반항적이며 전형적인 이야기를 잘 다루어내고 있다. 그 중에 소소한 반전과 이야기거리,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지점(인간과 매게체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가? 빌런은 매게체의 자유를 뺏음으로서 매게체를 지켰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등등에서 플롯의 전반적인 짜임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에는 시애틀이라는 공간은 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매게체들의 싸움은 여전히 매게체들 간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바깥에서 매게체와 세계가 어떤식으로 관계 맺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한 것이다. 어찌보면, 세컨드 선에 있어서 시애틀이라는 공간은 그저 풍경이며, '텅빈' 공간에 불과하다:민간인들은 풍경처럼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뿐이며, 게이머가 접할 수 있는 민간인들과 세계란 그저 부조리하게 길가다 자빠져서 도와달라고 몸비트는 무언가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있어서, 게임은 게이머가 해왔던 행동들의 결과물을 보여준다:선 카르마로 진행한 경우, 시애틀의 시민들은 통합보안부에 맞서서 게이머를 대변하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런 지점에서의 시민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지점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게임 전반에 깔려있는 미학이 되었어야 했었다:우리 동네에 초능력자가 왔어요,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마을과 우리가 달라지거나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가뜩이나 카르마 시스템을 도입해서 서로 교류하는 지점을 만들어내었는데,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게 지정된 지점에서 무한하게 반복되는 이벤트를 무한히 클리어해서 카르마를 쌓는 것 뿐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아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몇몇 사람들의 표현에 따르면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마치 스테이지 형식의 게임을 한다'라는 극론까지 제기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세컨드 선에서의 시애틀이라는 시공간의 크기가 크냐 작으냐는 문제가 아니다:시공간이 내밀하게 짜여져 있다면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시공간은 전적으로 작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 시공간을 채워넣는데 있어서 세컨드 선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게임의 그래픽은 인상적이다:가변 프레임(20~60프레임을 오가는)이긴 하지만, 게임이 플래이 불가능할 정도로 출렁거리거나 끊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의 그래픽의 디테일은 압도적이라 할 수 있을정도로 훌륭한데, 특히 능력과 관련있는 광원의 경우에는 여태까지 나온 차세대 게임과의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아름답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 내에서 묘사되는 시애틀이란 도시의 풍경인데, 뚜렷한 랜드마크 없이 반복되고 구분하기 힘든 도시 이미지로 인해서 시애틀은 게이머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실패한다.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차세대 게임이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치는가를 보여주며, 그리고 기본은 충실하게 수행하는 게임 플래이를 보장한다. 하지만, 세컨드 선의 본질적인 문제는 과거 오픈월드 액션 장르의 게임들이 초창기에 경험했었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지점이다:세컨드 선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게임 서사나 게임 플래이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전혀 재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차라리 이 게임을 어설프게 오픈월드를 재현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일직선 형의 스테이지 기반의 게임으로 만들되, 좀더 다양한 서사와 가능성들, 게임 플래이들을 만들어내었으면 이거보다는 훨씬 더 재밌고 대단한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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