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비타 버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다룬 무쌍 시리즈입니다. 그 점은 양해해주시길.



게이머들 사이에서 잘 팔리고 팬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저평가 받는(?) 시리즈를 꼽자면 코에이 테크모에서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무쌍' 시리즈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무쌍 시리즈는 수백 수천명의 적들이 득시글 거리는 전장속으로 플래이어 단 한명이 난입[각주:1], 이야기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명의 장수가 천명을 상대하는 일기당천一騎當千의 매력을 보여주는 게임 시리즈였다. 하지만 동시에 무쌍 시리즈는 버튼 하나만 눌러도 클리어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게임 플래이와 엄청난 수의 가지치기[각주:2]와 케릭터 및 복장을 DLC로 팔아먹는 코에이식의 악랄한 상술까지 가미되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여러의미로 악명높은 게임 시리즈였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 내 게임 판매량 30위 권에 무쌍 시리즈가 9개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엄청난 저변을 갖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각주:3]


물론 매년 그 나물에 그 밥인 게임을 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임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방어하고 있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도 있으니, 무쌍 시리즈의 성공 역시도 콜옵 시리즈나 피파 시리즈의 성공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밌는 점은 콜옵 시리즈가 듣는 욕(매년 똑같은 게임이라니 투덜투덜)에 비하면 무쌍 시리즈는 매도의 가까울 정도로 비판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게이머들(특히 국내 게이머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경우)이 무쌍 시리즈를 놓고 '이런 게임이나 많이 팔리는 일본 시장은 망했다'라는 식의 조롱을 자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본인은 이렇게 되묻고 싶다:과연 무쌍 시리즈가 그렇게까지 조롱받아야 할 정도로 엉망인 게임 시리즈인가? 그냥 단순히 한 버튼 눌러서 클리어가 가능한 대충 만든 게임 플레이를 숨기기 위해서 유명한 인기 대중문화나 고전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게이머를 기만하고 우롱하여 게이머의 등골을 빼먹는 파렴치한 게임 시리즈인가?


본격적으로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밝히고 싶은 점은, 진건담무쌍이 본인의 첫 무쌍 시리즈 입문 게임이라는 것이다:물론 과거에 있어서도 본인은 친구 자취방에서 술마시면서 낄낄 거리면서 삼국무쌍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적으로 사서 클리어[각주:4]한 게임은 진건담무쌍이 최초다. 


진건담무쌍은 미션마다 그 내용이 각각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땅따먹기'라고 할 수 있는 점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적들은 거점에서 무한히 리스폰되며, 게이머는 거점에서 적이 리스폰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의 거점 영역으로 들어가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처리하고 거점을 점령하면 된다. 거점을 점령하면 이제 아군들이 점령된 거점에서 충원되며, 충원된 아군들은 자동으로 적의 거점을 향해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땅따먹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유념해야 하는 점은, 게임에는 뭔가 복잡한 '전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게이머의 행동과 별개로, 아군들은 각자 자기 갈길을 가며 적들과 싸우며 게이머는 아군의 행동에 일체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게이머의 존재는 일종의 '별동대' 같은 개념으로서, 맵 도처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나 점령당하면 게임오버가 되는 거점을 지키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즉, 진건담무쌍에서의 게이머는 전략게임 같이 전장을 제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AOS 같은 게임에서처럼 각 라인에서 일어나는 미니언들의 현상태의 유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혹은 시작부터 불리한 미션의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가장 강력한 히든 카드로서 활약한다. 하지만 AOS에서 요구되는 정밀한 컨트롤[각주:5]과 다르게 진건담무쌍에서 요구되는 전장 통제는 이동 및 섬멸이라는 단순한 기제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전투에 있어서 진건담무쌍은 상당히 '충격적일 정도로' 단순하다:물론 진건담무쌍은 이전 건담무쌍 시리즈와 차별되는 차지샷 캔슬이라던가 SP 어택 변경점 같은 '소소한' 변화들이 존재하긴 한다. 기본적으로 진건담무쌍의 경우, 공격은 아주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네모 버튼을 통해서 나오는 평타 공격과, 평타 공격 콤비네이션 중에 사격 버튼(세모 버튼)을 눌러서 발동하는 차지 공격나누어 진다. 차지 공격의 경우 평타를 몇번 입력했는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차지 공격이 발동하는데, 예를 들어 평타 공격 한번+사격 버튼=차지 1 공격, 평타 공격 두번+사격 버튼=차지 2 공격...이런 식으로 세분화 된다. 하지만 근래의 액션게임들이 다양한 버튼 및 스틱의 조합을 통해서 다양한 공격이나 기술을 지원하고 게이머가 이것을 자유자재로 조합해서 콤보로 엮어나가는 점을 강조했다면, 진건담무쌍의 전투 시스템은 기술들의 조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떤 차지 공격을 발동할 것인가? 라는 단 하나의 문제만이 존재한다. 물론 게임은 사격 버튼을 모았다가 때면 나가는 차지샷의 개념과 차지샷 캔슬링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공격중 대쉬(엑스 버튼)로 대쉬 캔슬링을 넣는 등의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차지 공격을 어떻게 쓸것인가?' 혹은 '몇 차지 공격을 쓸 것인가?'[각주:6]라는 아주 단순한 문제가 핵심이라 볼 수 있다.[각주:7]


이렇게 본다면, 게임은 대단히 단순해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진건담무쌍이 재미가 없다던가, 혹은 대단히 질이 떨어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진건담무쌍을 넘어서 무쌍 시리즈는 그런 단순함을 무기로 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친구 자취방에서 술마시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낄낄 거리거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 혹은 비타로 이동하면서 정밀한 컨트롤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단순함의 문제를 넘어서 진건담무쌍은 '세밀하게' 만들어진 지점들이 있으며, 무쌍 시리즈 공통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어떤 '노하우'가 녹아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진건담무쌍의 한 레벨은 20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구성되어 있다. 게이머는 그 동안 정신없이 스테이지를 뛰어다니면서 적들을 제거한다. 하지만, 게임은 단순하게 이벤트가 일어나는 지점에서 지점으로 이동하는 '일직선적'인 스테이지 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 내에서의 전장의 상황은 짜여진 스크립트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닌 예측불가능하게 진행된다:아군에는 거점을 수호하는 지역관문장 유닛만 존재하지만, 적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주위에 지속적으로 증원을 불러낼 수 있는 유닛이나 부장 유닛 등등의 유닛들이 존재하며 심지어 적진영에도 플래이어 같은 파일럿들이 별동대 개념으로 움직이기도 한다.[각주:8]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서로 비슷한 숫자의 거점을 점령하고 있더라도, 게임은 게이머측에 불리하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목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게이머가 밑빠진 물독을 막으려 뛰어다니듯이 이리 뛰어다녔다가 저리 뛰어다녔다가 하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이 기본이 된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이 기본이긴 하지만, 위에서도 명시하였지만 게임은 단순하며 동시에 호쾌하다. 진건담무쌍이 호쾌하게 다가오는 지점[각주:9]은, 바로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섬멸하는 액션의 지점이다. 게임은 수백 수천의 적을 무찌르는 것을 컨셉으로 잡고있는 게임답게 한 화면에 엄청난 숫자의 적들이 등장한다. 또한 타격음이나 이펙트 같은 효과들이 화려하며 시원시원하기 때문에 게임 플래이 자체도 즐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게임의 액션 시스템은 단순하다:그러나 게임의 진행은 녹록하지 않다. 수백기의 적들을 상대하는 게임인 만큼, 다수의 적들을 묶어두는 매스컨트롤과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딜링과 메스 컨트롤을 담당하는 것이 차지 공격이다:각각의 차지 공격들은 기체마다 모두 다르며, 자기만의 특색을 갖는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기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떻게 적들을 몰아서 한꺼번에 처리할 것인가 라는 지점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진건담무쌍의 플래이의 다양성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많은 기체수에 의해서 보장된다:물론 기체들은 다 제각기 특성을 갖고 있지만, 모두들 공통된 문법(평타-차지공격)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각주:10]에 게이머는 큰 어려움없이 여러 기체들을 쉽게 이해하고 다룰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여기에 '강화 플랜'과 스킬 요소를 집어넣어서 육성과 커스터마이징과 어떤식으로 적들을 상대하고 싸울 것인가 라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서 뉴건담이나 Z건담의 경우에는 사격에 강하며, 더블오라이저나 갓건담 같은 경우에는 격투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특성들을 잘 살펴보고, 플레이어는 기체의 특성을 잘 살리는 쪽으로 기체를 강화하거나 스킬로 지원할 수 있다:원거리 위주의 기체에 일격사나 추가 데미지를 주는 스킬을 붙여서 사격 위주의 차지 공격으로 운영할 것이냐, 아니면 격투 위주의 기체에 적들을 모으는 스킬과 유폭시키는 스킬을 달아서 적들을 몰아서 한꺼번에 터뜨려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오리지널 건담처럼 벨런스를 맞춰서 양쪽을 혼합해서 운용할 것인가. 이런식으로 각기 다른 기체들은 제각기 운용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진건담무쌍이란 게임은 극단적으로 단순하다 할 수 있지만, 게임 플래이 자체는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각각의 케릭터들은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갖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각기 다른 건담들이나 케릭터들이 각기 다른 방법(어떤 차지공격을 쓸것인가)으로 전투에 임하나, 동시에 그것을 익히는 것 역시 극단적으로 단순한 문법(평타-차지 공격)에 기초하고 있기에 이 기체에서 저 기체로 갈아타거나 새로운 기체에 적응하는 것이 적응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물론 DmC나 갓 오브 워 시리즈 같은 서양의 전통적인 액션 게임들에 비교하면 진건담무쌍은 대단히 가벼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게임이 기초하고 있는 문법은 극단적으로 단순하며, 게이머가 어떤 전략적으로 접근을 해서 게임 내의 전황을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혹은 게임 내에서 화려한 공중 액션으로 적을 농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진건담무쌍은 그런 게임들이 갖지 못하는 강점을 지닌다:게임은 접근하기 쉽고 재밌기에, 액션 게임의 문턱을 낮춤으로서 많은 게이머들이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게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추가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진건담무쌍이라는 게임과 비타라는 플랫폼의 궁합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휴대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줄인 스틱으로 인해서 세밀하거나 격렬한 조작은 불가능한 비타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단순한 시스템과 복잡하지 않은 조작에 기초하고 있는 진건담무쌍과의 궁합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의 플래이타임 역시 휴대용과의 시너지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인데, 한 미션을 클리어하는데 10분 내외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켜서 즐기고 슬립모드로 전환시킬 수 있다. 또한 비타의 경우에는 플삼판과 대부분의 지점에서 유사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게임 진행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프레임 드랍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픽적으로도 납득가능한 수준에, 게다가 무쌍 시리즈에 있어서 중요한 적병의 숫자 역시 상당한 숫자로 나오기 때문이다.[각주:11] 


다만 진건담무쌍에서 아쉽다고 뽑을 수 있는 지점은 DLC를 이용한 상술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윙건담 0 커스텀 같은 물건을 DLC로 팔아먹는 등 굳이 이런걸 돈받고 팔아야 하나? 싶은 물건들을 돈을 받고 파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게임에서 기체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DLC 기체에 대해서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은 굳이 사지 않아도 되긴 하며, 그것들이 어떤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사기 기체라고 할 수 없다:애시당초에 게임은 무난하게 쉽기 때문이다.[각주:12]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사실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진건담무쌍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작' 게임은 아니다:시대를 바꾸거나, 게임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획을 긋거나, 혹은 대자본이 들어가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그런 게임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건담무쌍의 가치란, 잘만들어진 게임으로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데 있어서 게임 소프트 값어치 이상은 확실하게 해내는데 있다. 그리고 가끔식은, 그런 세계를 바꾸는 위대한 게임들보다는 소소하게 즐길만한(특히 들고다니면서 즐기기에는 진건담무쌍은 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게임들이 더 사랑스럽기도 하다.







  1. 물론, 우리편 병사들도 존재하긴 한다. [본문으로]
  2. 원류인 삼국무쌍을 넘어서 전국시대를 배경으로한 전국 무쌍, 무쌍 오로치, 북두의권을 모티브로한 북두무쌍에 원피스를 모티브로 한 해적무쌍 등등 게다가 지금 여기서 리뷰를 할 진건담무쌍까지 있다. 심지어 진건담무쌍의 경우 이번이 4번째 작품이다. [본문으로]
  3.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ps/93/read?articleId=742356&objCate1=&bbsId=G003&searchKey=subjectNcontent&itemGroupId=&itemId=1&sortKey=depth&searchValue=%EB%AC%B4%EC%8C%8D&platformId=&pageIndex=3 [본문으로]
  4. 스토리 모드 클리어, 얼티밋 모드 미션 해금중. 현재 30시간 돌파했습니다. [본문으로]
  5. 막타 먹기, 라인 밀기/당기기 등의 관리. 갱킹의 위협을 관리하거나, 시야를 확보하는 등의 다양한 행위들. [본문으로]
  6. 차지 공격마다 모션 및 성능이 모두 다르다. 이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본문으로]
  7. 차지샷, 대쉬 공격, 대쉬 중 피격 판정을 이용해서 '공중콤보'를 구사할 수 있긴 있으나 문제는 진건담무쌍은 다른 게임에서 아주 중요하게 강조했을법한 '저글링'(적을 공중에 띄우는 것)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8. 어떤 적 부장 유닛이 있고, 그것이 어떤 역활을 하는가는 아쉽게도 본인의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본문으로]
  9. 다른 무쌍류 게임도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본문으로]
  10. 다만, 임펄스 건담과 스트라이크 건담의 경우는 살짝 그 문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11. 한 화면에 40~50, 혹은 그 이상 정도의 기체가 나온다. [본문으로]
  12. 본인 역시도 익숙해지니 쉬워져서 하드 모드를 기본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중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