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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한밤중에 여자가 살해당한다. 그리고 형사 요시오카는 사건을 수사하던 중에 사건과 자신이 관련된 증거들을 찾아내고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자의 유령이 나와서 요시오카를 비난하기 시작한다:네녀석이 날 죽였어...그리고 요시오카의 세계는 점점 뒤틀리기 시작한다. 과연 자신이 이 여자를 죽인걸까? 이 여자와 나의 관계는 어떤걸까? 그리고 차례로 여자가 살해된 방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연속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과연 이 신원미상의 여인 살인사건과 다른 살인사건의 관계는 무엇인가? 그리고 요시오카는 진짜로 이 여인을 죽인것일까?


구로사와 기요시의 절규는 현재로써는 그의 마지막 호러 영화이다. 기요시는 절규 이후로 도쿄 소나타나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SF 신작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 등등 호러영화를 벗어난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요시의 절규는 마치 자신의 호러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총집대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영화의 각종 요소들을 총합한다. 기존의 기요시 영화들처럼, 절규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도시인이 느끼는 묵시록'에 기반한다. 하지만 살인을 통한 억눌린 인간의 감정 해방(큐어)이나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을 절대고독으로 몰아넣는 세계파멸의 이야기(회로)와 다르게, 절규는 추상적이나마 사회적 함의를 집어넣고 통칭 J 호러로 이야기 되는 일본 귀신영화(특히 사다코와 그녀의 클론들)의 이야기를 비틈으로서 자신이 여태까지 만든 호러 영화들을 정리한다.


절규의 초반 시퀸스에 있어서 특이한 점들은 '과거의 거세'와 '사건의 불연속성'이다. 영화는 처음에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을 간척지 뻘창에 파묻어서 수장시켜 죽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 다음 장면들에서 마치 요시오카가 범인인듯한 암시들을 툭툭 던지는데(뜯어진 단추, 손을 묶는데 사용한 전선 등등), 이러한 암시들은 요시오카가 '과거'를 회상하면 곧바로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요시오카는 과거를 회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내가 그걸 했나?'라고 반신반의하면서 자신을 지목하는 듯한 증거들을 따라 진실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범인은 각기 다르지만 바닷물에 사람을 익사시켜 죽이는 연속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극 내에서 사건들은 불연속적이며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불길한 징조들과 같이 서로가 서로를 느슨하게 연결한다.


그리고 여기에 귀신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본 호러영화들이 만들어낸 사다코와 그 클론들이 재수없게 걸린 희생자들을 우주 끝까지 따라붙어서 죽이려고 하는 것과 다르게, 절규의 귀신은 극 중에서 철저하게 요시오카 하나만을 고발한다. 또한 극중에서 귀신의 이미지를 하나 뿐인 진실을 고발하는 절규의 이미지로 해석을 하면서, 이야기의 핵심은 이 요시오카를 살인으로 고발하는 귀신의 기원과 그와의 관계로 설정된다. 그리고 요시오카는 자신의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미지에 기초해서 과거를 더듬어 올라가게 되고, 거기서 과거와 귀신의 진실을 찾아낸다. 그것은 바로 15년전 폐허에서 페리를 타고 통근하던 사람들을 지켜보던 여인이 자신이 거기 있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아무도 자신을 찾아와주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극단의 고독속에서 쓸쓸히 죽어갔기에 자신을 방치한 사람들을 향한 저주를 내렸다는 것이다. 기존의 자신의 호러 영화들(큐어, 회로)과 다르게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그러나 '정치적'이지는 않은) 기원을 설정한 점에서 절규는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애시당초에 첫번째 살인의 진범은 따로 있었고, 요시오카와 첫살인의 관계는 우연이 겹친것에 불과했다. 물론 과거의 진실을 대면한 그에게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렇다면 세건의 서로 연관성이 없는 연속살인사건은 무엇일까? 절규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도시'라는 풍경에 기초한다. 그리고 이 도시라는 풍경은 영원히 파괴와 탄생을 반복하며 끝없이 '미래'로 나아가는 이미지다. 그리고 이 '미래'의 이미지는 밝고 화려한 이미지로 묘사가 되지만, 동시에 '과거'를 거세하고 제거하는(건물의 철거, 세번째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미래를 언급하며 내연녀의 의견은 묻지않고 자기 이야기만 한 점 등등)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세 건의 연속살인사건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첫번째 피해자는 혼약을 거부함으로서 가해자를 버렸다. 두번쨰 피해자는 아버지를 협박함으로서 아버지를 버렸다.) 더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 '이를 무로 되돌리고자' 하기 위해서 그들을 해수에 빠뜨려죽였다. 


그렇다면 왜 해수에 빠뜨려 죽인 것일까? 물론 거기에는 초자연적인 기원(귀신이 살았던 정신병원은 해수가 담긴 양동이에 머리를 담그는 채벌이 있었다고 한다)이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는 파괴와 창조가 동시에, 그리고 무한히 반복되어 일어나는 도시의 풍경에 기초하고 있으나, 동시에 그 도시의 풍경 저변에 '간척지'라는 아슬아슬한 배경이 기초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극중 내내 간헐적으로 사시나무가 바람에 떨듯이 일어나는 지진을 배경으로, 간척지는 이 곳이 과거에는 바다였던 공간이라는 것을 강조하듯이 해수웅덩이를 만들어낸다. 이는 영원히 미래로 나아가는 도시의 이미지 속에서 그 내부에 그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과거(바닷물)의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가해자들 모두 15년전의 페리에서 요시오카와 같이 여인을 목격했다는 사실과 요시오카와 똑같이 귀신에게 고발당했다는 사실은, 과거의 진실이 그들 모두를 고발하고 있다는 것, 과거가 그들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절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시오카가 진실을 찾아서 시간이 멈춰버린 폐허로 회귀했을 때(극중에서 여인이 살았던 정신병원의 폐허를 누군가는 '영원히 거기 있을거 같은 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머지 인간들은 정확히 바라보아야할 시각을 잃어버린다. 그들이 봐야하는 것은 미래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 외면하고 있는 과거의 진실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불연속적인 인물들의 연속으로 묶여있으며 귀신에게서 고발당했던, 15년전 페리를 타고 통근하는 대중들은 이제 각기 자신의 문제들로 침잠해서 극단적으로 폐쇄된 군중속의 고독을 체험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도달하는 장소는 미래를 무화시킴으로서 과거도 미래도 없는 무의 세계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영원히 파괴되고 창조되는 도시의 풍경의 바탕에 깔린 해수에 머리를 처박음으로서 도달하는 도시 문명의 종말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기요시는 요시오카를 이 대중들이 추구해야하는 롤모델이나 이들보다 뛰어난 안간형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도 연속살인사건의 가해자와 같은 살인범이다:극중 요시오카와 함께 지내던 하루에는 이미 요시오카 손에 죽은 유령이었다. 요시오카 스스로가 귀신의 기원을 찾아서 진실을 보게 되자, 자기 눈앞에 숨어있던 진실이 떠올랐다는 것이며, 가장 소름끼치는 사실은 그전까지는 전혀 그러한 낌새를 눈치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요시오카가 과거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고 은폐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으며, 극의 서술트릭이라고도 볼 수 있다.(어쩌면 주제의식일지도...) 물론 영화가 과거의 구체적 이야기를 거세한 덕분에 왜 요시오카가 하루에를 죽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찾아낼 수는 없으나, 그녀의 옆에 있었던 여행 케리지와 하루에가 가끔씩 화제로 꺼내던 여행의 이미지에서 볼 때, 그녀 역시도 다른 피해자들과 같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요시오카마저 살인자로 만들고, 하루에를 붙잡고 앞으로 미래만 보고 같이 살자 라고 절규하는 요시오카의 모습을 통해서 종말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다른 사람과 진실을 공유할 수 없으며, 대중에서 자기 내부로 침잠하는 인간들은 설령 진실을 목도하고 화해의 손을 내민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바뀔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의 절규 속에서 개개인의 내부로 침잠해서 들어가는 파멸뿐이다. 물론 요시오카는 두 피해자(귀신과 하루에)의 유골을 보듬음으로서 과거를 잊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엔딩의 거리의 풍경은 문명의 종말 그 자체다.


절규는 일본 호러 장르에서 자주 나오는, 소위 '사다코'의 분신들을 의도적으로 비꼰다. 기본적으로 절규에 나오는 귀신은 고발자이다. 그녀는 이제는 일본호러에 만연한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가득찬 스파이더 워킹이나 관절 비틀기 등을 행하지 않으며, 심지어 불쑥불쑥 등장하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그녀의 이미지는 어딘가 우스꽝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날 죽였잖아요'라고 고발하는 그녀의 모습은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은데, 이는 귀신역을 맡은 여배우분의 연기도 좋았지만(의도적으로 스테레오 타입-진실을 고발하는 귀신-이자 반 스테레오 타입-묘하게 뻣뻣하며 감정을 폭발시키기 보다는 절제하는 쪽으로 가는-을 연기하는 다소 상반된 이미지...) 동시에 기요시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야쿠쇼 고지의 편집증적이며 발광에 가까운 과거부정의 연기가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귀신들과 다르게, 절규의 귀신은 기존의 호러장르에서의 유령가 파고드는 공포의 법칙을 부숴버린다. 일본호러의 귀신들이 방에서, 이불, 그리고 심지어는 옷속의 어둠속까지 극단적으로 내밀한 공간을 파고들었다면, 절규는 집밖으로 뛰쳐나온 요시오카를 따라서 어두침침한 대낮을 활보한다. 그리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슈퍼맨' 장면을 통해서, 이제 내밀한 개인 공간뿐만 아니라 더이상 바깥세계에는 안전한 곳이란 없으며, 귀신(=진실)이 날아다니면서 세계를 괴롭힐것이라는 종말의 법칙을 구축한다.


"나는 죽었습니다. 그러니까 모두 죽어주세요"라는 귀신의 반복적인 저주와 함께, 영화는 막이 내린다. 현대의 창조-파괴의 무한한 반복과 그속에 묻힌 진실이 문명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영원히 저주하는 '절규'는 기요시 영화의 총정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절대고독을 아무도 없는 텅빈 도시의 이미지로 구축한 회로나, 야쿠쇼 고지의 신경증 연기가 빛을 발했던 큐어 등과 비교해보면 절규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섬세한 이미지 위에 세워져있다. 하지만, 기요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감상할 것을 추천드린다. 어찌보면 기요시가 호러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모두 여기에 있는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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