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세계는 지금 2개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첫번째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넷에 의해 가시화 된 것. 시각화된 마음이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와 소동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몰라 개인도 사회도 그저 당황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확대된 우리의 세계는 모든 분야가 세세하게 전문화되어 한명의 사람이 그 전모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1명의 우수한 리더가 모두를 끌어 안을거라 맹신하고 있습니다. 이 두개의 사상은 우연일까요? 시각화된 우리들의 마음은 무언가 좋을 일에도 사용할 수 있는것이 아닐까요? 그 생각을 '갓챠맨 크라우즈' 라는 작품으로 그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감독의 매세지(나카무라 캔지, C, 츠리타마 등 감독)



과학닌자대 갓챠맨, 우리나라에서는 독수리 오형제로 유명하죠. 과학닌자대 갓챠맨F 이후 33년 만의 '신작'입니다. 사실 33년동안 수많은 리파인과 리메이크(이라 쓰고 우려먹기로 읽는다)과 OVA 등등이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사실상 새로운 '작품'으로서의 갓챠맨은 33년만이라고 보는게 적당하겠죠. 한때 유명했던 작품의 부활(크라우즈는 현재 독수리 오형제 영화판과 함께 나오는 프로젝트입니다)과 별개로 감독은 이 작품에서 뭔가 독특한 주제의식을 만들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의 정신이 구현화된 NOTE와 수수깨끼의 존재 MESS(묘하게 'MASS-대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와의 대치, 그리고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스마트폰과 SNS을 암시하는 장면들, 빠르게 지나가는 군중들과 그 속에서 뚜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케릭터의 모습 등등은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서 '현대의 군중'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심지어 제목의 CROWDS도 군중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미리 앞서서 감독이 설정하였듯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기묘한 두 문제의식(1.마음이 넷에 의해서 가시화된 것, 2.1명의 우수한 리더가 모두를 끌어 안을거라는 맹신)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조합은 갓챠맨 크라우즈가 상당히 독특한 물건이 될 가능성을 작품 시작전부터 드러내고 있습니다.


감독의 문제의식과 테마인 '군중', 마지막으로 영웅(=갓챠맨)의 존재를 설정함으로서 작품은 근래 영웅(또는 초인)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갖는 한계를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듯 합니다. 영웅물의 한계란 '영웅(또는 초인)이 갈망함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대중이 영웅을 거부하는' 작금의 아이러니한 욕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저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을 한 슈퍼맨을 보고 자랐습니다. 하늘을 나는 완벽한 '인간' 슈퍼맨을 보면서 경외와 감탄, 그리고 동경을 느끼는 세대였죠. 하지만 지금의 슈퍼맨, 놀란이 만들어낸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완전하게 정반대입니다. 세계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는게 아니라, 그로인해(자의는 아니지만) 위협을 받습니다.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더이상 사람들에게 영감과 모범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는 이제 재앙이 되었습니다. 과거 클라이브 바커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제 슈퍼맨은 '그저 사람들 사이에 더 잘 침투할 수 있는 얼굴을 가진 외계인'이 되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영웅물은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기본적으로 '영웅(또는 초인)이 없으면 안되는' 상황이 전제됩니다. 일반의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영웅들이 나선다, 라는 영웅물의 서사에서 영웅은 세상이 원하는 '해결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한 도덕을 상징하는 슈퍼맨이나, 미국의 대변자인 캡틴 아메리카, 시니컬한 기술 천재 아이언맨 등등 영웅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책이자, 우리가 믿는 가치를 표현하는 대변자입니다. 하지만, 근래의 영웅들은 '가치관'의 대변자가 아닌 자신의 '개인'의 영역으로 후퇴해버립니다. 특히 놀란의 다크나이트의 성공 이후, 이러한 성격은 강해졌는데 이는 더이상 영웅물을 소비하는 대중이 그러한 거대한 '가치관'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완벽한 도덕주의자가 나와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에는 세상은 너무 썩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공감가능한 파편화된 '개인'의 내부로 파고들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놀란식의 서사의 영웅물이 인기를 끄는 것은, 대중이 '영웅'이라는 존재를 갈구하는, 일종의 역설적인 감정이 대중을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갓챠맨 크라우즈는 상당히 독특한 지점에 서있습니다. 그건, 물론 최초는 아니겠지만, 영웅의 존재 외에도 설정을 통해서 '대중'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인간 정신의 발현인 NOTE- 정체불명의 MESS(=MASS?)의 관계(그리고 OP영상에서 흘러간 SNS의 존재를 생각하면...), 영웅들(=갓챠맨)과 함께 나란한 위치에 선 '대중'(=CROWDS)의 존재 등등은 이 작품이 단순히 흘러간 영웅들을 재탕하는 것이 아닌, 영웅과 대중의 문제, 그리고 '대중은 왜 1명의 우수한 리더(=영웅?)를 꿈꾸는가?' 라는 영웅물에 있어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어떤 작품이든 공개된 한정된 정보로 이를 판단하는 것은 멍청한 짓입니다만, 감독의 전적(C같은...)을 생각하면 감독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절대 가벼운 질문을 던지지 않을 것입니다. 


갓챠맨 크라우즈는 2013년 7월 투니버스에서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