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보더랜드 1편은 빈말로도 훌륭한 게임이라 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사실 까놓고 이야기해서 게임 내에서 판도라의 대부분은 동적인 공간이라기 보다는 정적인 풍경화에 가까우며, 적들도 무슨 조선의 선비마냥 느릿느릿하게 걸어다니면서 별 긴장감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었죠. 무슨 진경산수화에서나 나올법한 '싸이코는 싸이코고, 풍경은 풍경이로세'라는 상황이죠. 사실 옵션이 각기 다른 총들을 모으는 재미와 코옵의 재미는 쏠쏠했지만, 그 뿐 사실상 게임자체가 너무나 원패턴이었기에 쉽게 단조로워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총기를 모으는 재미가 훌륭했고, 무한한 총기 생성이라는 태마 자체는 훌륭한 컨셉이기는 했지만요.


보더랜드 2는 어떨까요? 엄밀하게 이야기하죠. 솔직히 보더랜드 2는 보더랜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게임이 전작처럼 컨텐츠 패턴이 단조롭다고 이야기하고 싶은건 아니에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뀐건 없어요. 다만, 달라진 것은 제작진들이 전작의 의외의 성공(800만장 가까이 팔았으면 훌륭한거 아닌가요?)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은 잔뜩 채워넣을만한 예산과 시간을 얻어냈다는 점 뿐이구요. 그 결과물은 '예상대로' 훌륭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 건, 전작에 비해서 총기 브랜드의 세분화 및 특징이 뚜렷해졌다는 점입니다. 이름과 수치뿐이었던 브랜드는 이제 각자 고유의 외형과 다른 브랜드가 갖지 않는 고유의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싱글 액션 총기에서부터 원반형 탄창을 가진 곡선형 SF 총기, 남자의 마초심을 자극하는 레이싱 체크무늬 총기까지 1편과 2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할 정도로요. 거기에 전작과 비슷하게 이름과 총기 부품에 따라서 다양한 수치를 지닌 총기들 역시 등장하죠. 전작의 총기 모으는 재미는 문자의미 그대로 '몇 배'가 되서 돌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작과 다르게 적들의 종류와 기동 역시 다양화되었습니다. 전작에서는 우어어 달려오는 좀비들을 상대로 싸웠다면, 본작에서는 지능적으로 엄폐하고 회피를 하는 적들을 상대로 싸웁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적들의 기본적인 패턴은 플래이어를 향한 개돌입니다. 하지만, 적들의 호전성과 화력이 전작에 비해 대폭 증가해서 게임의 전반적인 난이도를 올립니다. 레벨이나 장비면에서 확실하게 상대를 압도하더라도, 순식간에 뻗어버리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비례해서 케릭터들도 강해졌습니다. 전작의 스킬트리가 하나의 스킬에 다양한 패시브로 버무린다는 느낌이었다면, 본작에서는 스킬트리에 따라서 스킬의 효용 자체가 달라집니다. 건저커의 경우, 건저킹이 딜링기에서 생존기로, 총기 특화용으로 바꿀 수 있죠. 다른 케릭터들도 스킬트리에 따라서 케릭터 운용이 완벽하게 달라집니다. 


코옵 멀티는 전작에서 부족한 부분을 체워넣었습니다. 특히 이번작에서는 게임 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간 덕분에 몇몇 부분은 코옵 없이는 상당히 힘듭니다. 다만, 엑박 기준으로는 뭔가 문제가 있는지 북미쪽 게이머들로 연결을 많이해주더군요. 그리고 매치매이킹 때는 항상 최적의 게임을 찾지 못해서 게임 리스트를 불러서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코옵 게임 자체가 친구 끼리 하는데 최적화가 되었지만 말이죠.


스토리 역시 보강되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작의 있는듯 없는듯 했던 스토리와 케릭터를 강화해서 '풍경만 그럴듯한 막장 세계'를 '풍경과 내용이 일치하는 세계관'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전작에 부재했었던 메인 악역을 채워넣음으로서, 스토리의 구심점을 만드는데 성공하는데요, 핸섬 잭은 근래 나왔던 악역 케릭터 중에서 인상적인 케릭터입니다. 자기중심적에 싸구려같은 헛소리와 플래이어를 시도 때도 없이 갈구는 핸섬잭은 보더랜드라는 게임 프랜차이즈에 가장 어울리는 악역일겁니다. 게임 자체가 B급 테이스트가 물씬 풍기는 게임이니까요.


여기까지 본다면 보더랜드 2는 상당히 재밌는 게임이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보더랜드 2는 결과적으로 보더랜드 1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은 작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죠. 결국, 전작이나 이번작이나 무기 파밍 및 무기 모으는 재미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전작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전작을 재밌게 한 사람이나, 디아블로식 파밍에 재미를 느끼는 분이라면 보더랜드 2는 훌륭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