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몇몇 이야기에 따르면 코지마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마지막을 메탈기어 솔리드로 구상했고, 2편도 사실 거기서 끝내려했으나 코나미 측의 압력에 의해서 완결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3편, 그리고 마지막 완결편인 4편까지 나오게 되었죠. 하지만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1편 이후의 스토리 자체는 1편에 대한 거대한 사족에 가깝습니다. 물론, 1편의 구조를 이용해서 독특한 실험을 하고 새로운 요소를 몇몇 도입한 2편이나, 서바이벌이라는 요소를 도입한 3편 등등은 게임 스토리는 차치하더라도 게임의 완성도 측면에서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4편은 어떨까요?


사실, 4편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사족과도 같은 스토리 구성에 대한 같은 결과물입니다. 리뷰에서도 자세히 다루겠지만, 4편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시스템이나 완성도가 아니라 스토리를 억지로 마무리 지으려고 시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게이머가 플래이하는 부분보다는 게이머가 보고 듣는 부분이 더 많아졌습니다. 차라리 게임이 아니라 인터렉티브 무비 라고 했어도 믿을만큼으로 말이죠.


스토리는 2편 이후, 애국자들의 AI들에 의해서 세계는 전쟁에 의해 경제가 돌아가는 막장 상황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군대는 이제 나노머신에 의해서 감정, 생각, 행동이 효율적으로 통제되고 효율적으로 움직입니다. 4편의 이러한 상황 자체는 메탈기어 솔리드 2편에서 보여준 SSS 계획이나 게임 플래이 구조, 그리고 스토리에 크게 부합하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여러 의미에서 매력적인 스토리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2편과 4편 사이의 간극은 너무 큽니다. 3편 자체가 과거로 돌아가서 메기솔 세계관의 기틀을  시작점을 만들었고, 2편은 완결적인 스토리라 할 수 있었던 1편에서 무언가 이야기할 거리를 재생산 했죠. 4편은 갑작스럽게도 이 모든 것에 대한 끝을 내려 합니다. 


글쌔요...사실 4편은 장점도 많은 게임입니다만, 일단 이 '끝내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게임은 꼬여버리고 맙니다. 수많은 뒷이야기들과 수많은 설정들, 떡밥들을 한꺼번에 4편에서 회수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4편은 참으로 이상한 작품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4편의 이야기는 너무나 크고 방대합니다. 그냥 2편이나 3편의 간극을 매우고, 코지마가 생각한 나름대로의 신화적인(그리고 다소 허세가 쩌는)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많은 인물들과 복선들을 모조리 4편에서 회수하고자 합니다. 몇몇은 마음에 드는 장면들이나 상황(예를 들어 뱀프와 라이덴의 비보이 배틀? 덩실덩실)이 있지만, 수많은 부분은 급작스러운데다가 장면 묘사보다는 인물들의 길고긴 대사와 상황설명에 이야기 전개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게이머는 게임을 이끌고 직접 체험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이야기에 끌려다니는 부속물 같은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저는 4편을 할 때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임 플래이 자체는...바로 이 부분이 미묘한 포인트입니다. 코지마는 그 나름대로의 센스를 4편에서도 발휘했고, 실제로 4편의 게임 플래이는 1, 2, 3편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3편의 군복 카모플라주 시스템을 4편에서는 문자의미 그대로 카멜레온의 위장색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놓았다던가, 스태미너 개념에 스트레스 개념까지 집어넣었다던가, 일인칭 시점에다가 3인칭 간이조준 시점까지 집어넣는 등 코지마는 4편에서 많은 것을 하고자 했습니다. 게다가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의 잠입이라는 개념도 나쁘지 않았구요.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컨셉들이 이론을 배운 뒤에 뭔가 써먹기도 전에 다음 쳅터로 넘어간다는 점은 좋게 봐줄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쳅터 1의 경우, PMC와 반군들이 전투를 하는 중에 그 사이로 잠입을 해야 합니다. 물론 PMC를 공격하지 않고 조용히 잠입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해서 반군을 도우면 반군쪽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서 스네이크의 잠입을 편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사실 컨셉만으로는 훌륭하다 할 수 있으나, 문제는 그 컨셉에 대해서 설명만하고 뭔가 이를 게임 플래이에 적용시키기도 전에 게임은 벌써 컷씬으로 넘어가며, 이런식으로 컷씬 몇개를 넘기면 곧바로 다음 챕터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게임 내내 이걸 반복해요. 뭔가 좀 익숙해지거나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 컷씬이 들어오고...그리고 컷씬이 끝나면 챕터가 끝나고...여러가지 의미에서 좌절스러운 대목입니다.


사실, 4편은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코지마의 의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모든 것을 스토리에 집중시키는 모습이 강하게 보입니다. 그렇기에 4편은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 제 감상이지만요. 물론 완결 자체는 납득이 갈만한(코지마의 이야기라는게 뭐랄까, 너무나 사변적인 경향이 있지만) 수준이며, 엔딩 컷씬이 미친 수준으로 긴 점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4편에 대한 제 결론은, 차라리 게임을 컨셉과 스토리로 최소 두개로 쪼갰다면 둘다 대단히 훌륭한 명작이 나왔을 것이라는 겁니다. 


결론적으로는 음...참 미묘하네요. 물론 웹진에서 고득점 행진을 받기는 했고, 그럴만한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한 편에 담다보니 부족한 점들도 많이 생긴 작품이 4편이네요. 코지마 스스로도 실패했다고 했으니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