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흔히들 영화광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는 합니다만, 제게 있어서 제 인생을 바꾼 영화는 아주 어렸을 적에 SBS에서 틀어준 명화극장, 그것도 삭제된 버전의 1970년대 리들리 스콧 감독작인 에일리언입니다. 말그대로 숨이 막힐듯한 폐쇄공포증이 느껴지는 공간과 한명 한명씩 사라지는 승무원들, 그리고 흰색 영양액을 뿜어가며 죽는 사이보그 박사, 리플리, 마지막으로 검은색 유선형의 새끈한 머리와 기이한 디자인을 보여준 제노모프의 디자인. 사실 이후 제 인생에 있어서 괴물=제노모프, 제노모프=에일리언, 외계인 이라는 공식을 세워준 작품이었고, 훗날 프레데터 같은 괴물영화의 대부 같은 작품에서부터 귀여운 고슴도치 모양의 B급 영화 크리쳐스, 끔찍한 네크로모프 사냥극이었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존 카펜터의 괴수 종말극인 더 씽, 색마 외계인 스피시즈, 우주버전 지옥을 보았다인 이벤트 호라이즌 등등 다양한 작품을 찾아보는데 영감(?)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최초의 1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독특한(?) 작품인데, HR 기거의 괴이한 디자인과 더불어서 B급 괴수물의 공식을 뒤엎는 페미니즘적인 스토리 라인과 구성은 훗날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죠. 물론,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에일리언 2(ALIEN "S") 같은 경우, 기본적인 코스믹 호러 베이스 장르의 영화를 현재의 외계인 액션 블록버스터로 바꾸는데 영향을 주었고 지금의 에일리언의 이미지는 사실상 2편의 카메론이 다 만들었지만, 팬들은 1편의 그 음습한 이미지를 전혀 잊을 수 없었죠(그렇다고 2편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프로메테우스는 1편을 베이스로 한 프리퀼이었습니다만, 점점 설정이 붙고 커지더니...아예 1편의 프리퀼의 탈을 쓴 '무언가'가가 되었다고는 주장합니다. 리들리 스콧 스스로도 프리퀼 보다는 독립된 작품 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웃기게도 리들리 스콧과 영화 트레일러 전반에서 보이는 이미지(HR 기거의 이미지, 1편의 그 우주선, 그리고 팬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스페이스 죠키의 등장)는 에일리언 1편 기반이며, 심지어 리들리 스콧 역시 이 작품을 설명할 때 1편을 베이스로 하여 설명을 하였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확신범'(?)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2012년 6월 개봉인 프로메테우스는 제가 올해 기대하는 최고의 SF 호러 블록버스터가 되었습니다. 과연 옛날의 그 느낌을 제대로 재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제는 거의 40년 가까이 되어가며 자신이 만들어낸 위대한 SF 괴수 영화 원작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덧붙일 것인지,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