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전반적으로 FPS는 뜨고 RPG 장르가 침채되는 가운데 베데즈다가 만들고 있는 RPG들이 유독 선전하고 있는 이 상황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세대 게임들 중에서 순수하게 RPG 장르로 천만장 가까이 팔거나 그 이상 팔아재낀 게임은 베데즈다의 폴아웃 3와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 그리고 이번 리뷰에서 다룰 스카이림 정도 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베데즈다 게임만 RPG인 것은 아니죠. 보통 RPG 팬들이 뽑는 RPG의 양대산맥이 바이오웨어와 베데즈다라고는 하지만, 정작 판매량이나 대중적인 인지도로만 따지면 베데즈다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베데즈다의 RPG는 팔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죠.

일단 스카이림의 리뷰의 대부분 전재는 폴아웃 3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775)에서 다룬 '면의 개념으로서 공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 정밀하게 짜여진 소우주를 만들고 이를 탐험하는 재미, 이것이 베데즈다 RPG의 핵심입니다. 이것을 알고 있어야 왜 스카이림이 재밌는가를 파악할 수 있죠.

기본적으로 스카이림의 골격은 폴아웃 3와 오블리비언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나 포인트를 제외하면 시스템적으로는 완벽하게 뜯어고친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게임은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컨셉은 폭넓은 유저층에게 어필합니다. 하지만 스카이림은 전형적인 RPG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몇몇 MMORPG나 울티마 온라인의 그것과 유사하죠. 특정 행동이나 스킬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스킬과 레벨이 올라가며, 레벨마다 주어지는 퍼크를 이용해서 케릭터를 커스터마이즈하는 방식, 플래이어가 적극적으로 생산 채집 활동을 함으로서 돈을 모으고 경제활동을 한다는 발상은 오히려 기존의 RPG가 아니라 MMORPG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케릭터 육성과정을 플래이어가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플래이어가 행동하는데로 성장하고 그것이 케릭터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스카이림이 지향하는 바는 이전의 RPG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스카이림 내에서 케릭터는 전형적인 영웅이나 용사라기 보다는 전문가에 가깝다는 느낌이니까요. 그렇기에 전작들에 비해서 스카이림은 상당히 케주얼하면서도 독특한 경지에 이릅니다.

이번작의 리드 디렉터인 토드 하워드는 '살아있는 공간으로서의 스카이림'을 지향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도 스카이림의 세계는 지금까지 베데즈다에서 만든 폴아웃 3나 오블리비언에서 구현된 세계보다 훨씬 유동적이며 내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들 역시 '돌아다니면서 세계의 곳곳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다' 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었습니다만, 아마 스카이림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오블리비언이 반복되는 던전 및 맵 구조로 완벽한 완성도에 오점을 남겼다는 평을 들었고, 폴아웃 3는 이를 보완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는 스카이림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입니다. 사막과 황야 및 돌산으로만 구성된 폴아웃의 세계와는 달리 스카이림은 산악지역, 타이가 지대, 간헐천 지역 등의 다체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마을 및 던전의 구조, 질, 다양성 역시 폴아웃 3와 비교를 불허할 정도입니다.

또한 공간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NPC와 플래이어와의 상호작용 역시 전작들과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토드 하워드가 레디언트 AI라 이름붙인 이 시스템 덕분이죠. 플래이어의 게임 플래이 성향에 따라서 플래이어에게 NPC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스크립트를 다양하게 준비해두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NPC들의 반응이 현실적이라 놀랍습니다. 경비병들의 반응이나 상인들의 반응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만약 아무도 모르게 물건을 훔친 경우에 플래이어 몰래 뒷담화를 하지않나, 샤우트를 마을 한가운데에서 쓰면 경비병이 주의를 주지 않나, 생각보다 많은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NPC들은 게임에 잔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도 스카이림은 엄청납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기후의 모습이나 눈덮인 설원, 타이가 지대, 바다, 설산 등의 지형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스카이림은 이미 현세대 그래픽 최강입니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이나 던전 내에서의 광원 부분(어두운것도 어두운 것이지만, 캔들라이트 나 광원을 들이대면 또 너무 부자연스럽게 밝아서 게임 플래이에 조금 지장이 있을 정도)은 조금 미묘한 점이 없지 않아 있고, 가끔씩 프레임드랍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걸 DVD 한 장에 다 담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베데즈다 전매특허인 방대한 세계에 디테일과 생동감(그래픽 및 게임 내용까지)을 추가한 것이 스카이림입니다. 어찌보면 완벽하게 보일 정도지만, 그렇다고 스카이림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메인 스토리 라인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 스카이림의 가장 큰 단점이죠. 기본적으로 용+바이킹 문화라는 대중적인 판타지 코드를 사용하고, 게임 내에서 이를 제대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메인 스토리 라인은 묘하게 밋밋합니다. 오로지 메인 스토리만 달리면 10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메인 스토리 라인이 스카이림이라는 세계가 가지는 매력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는다는 점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이드 퀘스트의 스토리 라인이나 데이드릭 프린스들이 주는 퀘스트들, 각종 서적이나 읽을 거리가 주는 이야깃거리들이 더 재밌을정도면 말 다한거죠. 사실 이는 폴아웃 3에서도 드러난 문제인데, 제 경우 아빠 찾는데 7시간, 사이드 퀘 하거나 황무지 돌아다니는데 40시간 투자(.......)했다는 점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죠. 진짜로 존재감이 없는 것이 스카이림의 메인 스토리 라인입니다.

RPG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 라인이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스카이림이 대단한 이유는 하나의 세계 자체를 게임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는 폴아웃 3나 오블 때도 그랬죠. 하지만 스카이림은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한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올해의 GOTY를 혼자서 다 싹쓸이 하는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스카이림은 게이머라면 놓치기 아까운 엄청난 대작임에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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