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생존전략", 이 애니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한 마디

-제가 애니를 근 5년 가까이 보면서 여러가지 작품들을 보았습니다만, 올해는 정말이지 풍년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재작년이었던가, 3년전의 오리지널 애니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명작들의 해를 만들었던 것처럼, 올해역시 훌륭한 애니들이 많습니다. 마마마에서부터, 타이거 앤 버니, C, 아노하나 등등 전혀 기대하지 않은 작품들이 불쑥 불쑥 치고 올라오는, 한마디로 예상외의 즐거움이 많은 해입니다. 펭귄 드럼은 그러한 흐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소녀 혁명 우테나를 안봤기 때문에 뭐라 평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부분 사람들의 평가가 '우테나 때와 비슷한 탠션과 흐름이다' 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펭귄 드럼은 불가해한 측면과 부조리한 스토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부모가 없지만, 3남매의 행복한 모습, 그리고 찾아오는 동생의 죽음과 기적같은 부활. 그리고 동생의 부활을 담보로 주인공들에게 무언가 요구를 하는 팽귄 여왕. 이 모든 것들이 뜬금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됩니다. 어떠한 사전정보도 주지 않고요. 또한 작품은 천연덕 스럽게 밝은 분위기로 정신나간 케릭터들(여왕에서부터, 동생을 '사랑'하는 오빠, 자기가 사랑하는 선생을 스토킹 하는 여학생 등등)이 작품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갑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단순한 카오스계 애니메이션이라고 가볍게 판단할수도 있죠.

-하지만 이와 같은 정신 나간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조금씩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것은 펭귄드럼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오기우에 링고의 운명일기, 그리고 핑드럼, 이야기를 다루는 연출, 표현 방식이 정해진 트랙을 따라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는 지하철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 탈의하는 여왕의 변신장면과 묘한 성적 긴장감,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떨어지면서 도는 펭귄 드럼이라는 작품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어느 누구도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애니 내에서 사소한 것들마저도 중요한 단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도는 펭귄 드럼은 보는 사람을 계속 긴장하게 만들며, 그 기대에 부응하여 애니를 예측불능의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그런 점에서는 대단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펭귄 여왕의 역탈의 장면은 올해 애니메이션 명장면중 하나로 뽑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