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올해 나온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라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감독의 전작인 케모노즈메를 인상깊게 보았기 때문에 이번작도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특히 전작인 케모노즈메의 '진지하면서 진지하지 않은' 듯한 느낌과 연출, 독특한 분위기, 성인의 감성에 부합하는 내용, 기괴한 유머감각 등을 이번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에서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현재까지 4화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전작인 케모노즈메의 큰 단점이었던 거대한 플룻 아래서 통일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극복한 듯 합니다. 사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틀(매화 매화 2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반복하게 되는)을 갖게 된 것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게 된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작인 카이바나 케모노즈메에 비해서는 상당히 평범한(?) 소재를 보여줍니다. 대학 신입생과 2년간의 대학생활, 후회, 그리고 다시 원점 회귀, 2년간의 대학생활, 후회, 반복....이런 식으로 자신의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주인공이 신입생 시절로 돌아가서 대학생활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실, 이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서 나왔던 엔들리스 에이트(....)가 어느정도 연상이 되기는 합니다만, 그것과는 다르게 주인공은 매번 다른 선택을 하고 다양한 고생(?)을 겪게 되죠.

이번 작품이 감독의 전작에 비해서 상당히 평범하기는 합니다만, 그에 비례해서 대학생활에 대한 진실함이 많이 살아났다고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활에 대해서 환상을 품고 있는데 사실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뭐 크게 대단한 것은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장밋빛 대학생활이란 환상에 사로잡혀서 허상을 쫒다가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아, 뭔가 이룬거 하나 없이 시간만 지나가네'라고 후회하기 마련이죠. 그러한 대학 캠퍼스 라이프의 허무함(재행무상?)에 대해서 주인공이 '원점회귀!'를 외치는 부분은 대학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었다가 그것이 끝나면 허무해지고, 그러는 중에 대학생활은 이미 반이상 가버리고....특히 저같이 4년 동안 대학생활을 하고 대학 생활의 막바지에 극심한 허무감과 후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엔들리스 에이트라도 좋으니까, 돌아가서 다시 후회해도 좋으니까,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칠 수 밖에 없는 절박감과 안타까움에 작품에 대해 심한 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군대라는 참 좋은 곳(.....)이 있어서 한번 정도는 원점회귀가 가능하긴 가능하죠(.....)

-작품은 전반적으로 자동기술법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휘몰아치는 대사의 폭풍과 생각에 따라 변화하는 장면과 장난스러운 연출 등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샤프트의 바케모노가타리나 절망선생 같은 느낌이기도 합니다만, 후자가 상당히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거부감이 드는데 반해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정신없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정신없다기 보다는 오히려 주인공에 점점 더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는 나레이션에 있어서 평범한 단어의 사용, 공감되는 상황의 등장 등으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죠. 비슷한 기법을 사용했지만, 오히려 이쪽이 훨씬 더 나아 보입니다. 

-'오즈'라는 케릭터에 대해서...사실 이 무한 루프 속에서도 끊임없이 주인공을 나락으로 빠트리는 역할을 맡은 케릭터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상당히 대학생활에 있어 상징적이고 대표적인(나쁜 친구?), 그러니까 인위적인 느낌의 인물이라 할 수 있지만 저는 오즈라는 케릭터에 심히 공감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는 제 인생에서 1년 반 정도를 멋지게 나락으로 쑤셔넣어준 친구의 이미지와 많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생긴 것은 하나도 안 닮았지만(그 친구 생긴건 나름 호감형입니다), 진짜 미꾸라지 같은 인간형이라 선배나 후배에게 꼬투리 잡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처리 수완은 대단, 그러면서 사람 놀리거나 까는 것에는 특화된 인간이었죠. 그 친구 덕분에 동아리 내에 저의 이미지가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오죽하면 그 놈 학교 있을때, 입에 붙은 말버릇이 '이게 다 XXX때문이다')

오즈라는 케릭터 자체가 어찌보면 대학생활에서 실제로 한번쯤은 만나볼 수 있는 케릭터입니다. 진짜루요.

-커플 브레이커나 선배한테 개기는 에피소드 등을 봤을 때 느낌이 '아, 저기도 여기랑 비슷하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커플 브레이커라던가 선배한테 개기는 인생을 산 것도 아니고 동아리 내에서 본 것도 아니지만, 대학교 다니다 보면 그러한 가능성들과 사건들을 어쩔 수 없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잘 풀어내었다는 점이 더욱 더 마음에 들더군요.

-그림체가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의 커버 디자인을 맡은 사람의(이름은 가물가물;;)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봤습니다만, '아, 역시 이사람 작품이구나' 싶었던 부분은 바로 히로인인 아카시를 보았을 때 였습니다. 아지깡(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의 줄임말)의 엘범 디자인을 쭉 봐온 저로써는 '저 케릭터, 엘범에서 따온 거 아니야?'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성격도 시원시원 한게 마음에 들더군요. 근래 봐왔던 여성 케릭터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듭니다.

-반복되는 대학 생활 중에 자꾸 주인공이 오즈하고 엮이니까, 주인공이 만든 영화 마지막에 '너랑 나는 천생연분인가봐'라고 서로 엮이는 듯한 분위기를 낼 때 센스가 죽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페이스면 동아리를 11번 들어갔다가 나왔다 할거 같은데(.....), 여친을 만들려면 섹활동을 해야지 병시나 ㅠㅠㅠㅠ

-하여간 마음에 듭니다. 대단히 마음에 들어요. 보고 나서 뭔가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마음만 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