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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없는 짤방입니다.)



패트레이버 극장판 1기 및 2기 소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 1기와 2기는 각각 1990년과 1993년에 개봉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V판의 극장판입니다. 1기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많은 팬들에게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2기 같은 경우에는 호불호가 심각하게 갈리는(정확하게는 이것이 과연 페트레이버인가 아닌가를 두고) 작품이 되었죠. 그외에는 원작 만화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만든 세번째 작품인 폐기물 13호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평가에서 상당한 괴작으로 취급받습니다. 물론 저 자신 역시 폐기물 13호는 상당히 괴한 센스를 지닌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뭐, 폐기물 13호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을 중심으로 칼럼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패트레이버 1기 극장판-이것이 바로 패트레이버다.

1990년에 만들어진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TV판 및 OVA 버전의 페트레이버를 총집대성한 작품입니다. 알 수없는 레이버들의 폭주와 천재 프로그래머의 자살, 다가오는 위협과 특차 2과 2소대의 활약은 기본적으로 원 페트레이버 시리즈의 확장입니다. 특히 초반 도입부의 군용 폭주 레이버를 막는 장면이나 폭주 레이버가 빈민가를 때려부수면서 돌진하는 장면 등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의 버블 경기 막바지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그려진 화려한 작화, 그 자체입니다. 이 덕분에 페트레이버 1기 극장판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팬들에게서 사랑 받고 있죠.

물론 1기가 기존의 페트레이버 시리즈와는 다른 부분도 다수 존재합니다. 먼저 원작에 없었던 상징 체계와 독특한 도입힌 직품입니다. 성서의 바벨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1기 극장판은 바벨과 천재 프로그래머 에바 호이치의 별명 에호바(히브리어로 신의 이름을 지칭하는 여호와, 야훼, 야후 등 중에서 여호와를 지칭하는 듯합니다.)라는 상징을 통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바벨이라는 붉은 글자를 내보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HOS나 클라이맥스 부분의 까마귀와 갈매기 장면의 연출 등은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하죠. 또한 시작부에서 자살한 에바 호이치가 존재감 하나만으로 작품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점 역시 훌륭합니다.

이는 오시이 마모루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바로 '그' 공각기동대를 만든 감독으로 유명하고, 특유의 무거운 연출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전매 특허이긴 했지만 공각기동대 이전까지는 우르세이 야츠라(국내 번역 '시끌별 녀석들')나 패트레이버 구 OVA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개그 센스로 유명한 감독이었으니까요. 물론 오시이 마모루 자체가 sf영화 감독 지망생이었다는 점이나, 영화 붉은 안경 등의 케르베로스 연작 등에서 공각기동대의 원형을 어느정도 찾아볼 수는 있습니다만, 그것이 이제 구체화 되고 완성되기 시작한 것은 이 1기 극장판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오시이 감독의 2기 극장판은 패트레이버가 아닌 공각기동대에 가까운 작품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그런 의미에서 패트레이버 1기 극장판은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감각과 대중성이 작절한 접점을 만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시이 마모루 작품이 대부분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의 연출과 패트레이버 특유의 완성도 높은 일상 개그 부분과 드라마, 케릭터들이 적정 수준으로 섞이게 되면서 작품으로서 무게도 있고 재미도 있는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죠. 사실, 이후의 2기 극장판 같은 경우에는 거의 오시이 마모루 취향의 작품으로 변모하였기 때문에 패트레이버 라는 이름을 붙이기 좀 껄끄럽기도 합니다. 뭐, 저 같은 경우에는 어느정도 이에 대해서 변명(?)을 해주려 합니다만, 기본적인 입장은 역시 패트레이버 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겁니다.

그외 특이한 사항은 극장판 1기는 원작에 비해서 상당히 비장하다는 점입니다. 뭐, 2기는 더 심각하지만 1기도 보면 2과 전체의 목숨을 걸고, 오명을 뒤집어 쓸 각오로 방주를 때려 부수는 장면은 원작에 비해 비장미가 넘쳐흐릅니다. 원작도 2과 2소대라는 곳 자체가 경찰 내에서도 겉돌면서 권력의 한지라는 점 덕분에 제도를 뛰어넘는 행위를 상당히 많이 하기도 합니다만, 극장판은 아예 내놓은 자식, 버린 장기말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2과 2소대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 싶은 부분입니다.

뭐, 결론적으로 패트레이버 극장판 1기는 80년대 말에 쏟아져 나온 명작 극장판 중에 하나이고,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여기서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기 극장판 역시 훌륭하다 할 수 있습니다만, 오히려 이는 패트레이버 시리즈가 아닌 작품으로서 판단했을 때 입니다. 또한, 2기 극장판은 훌륭한 부분도 많지만, 패트레이버 라고 부르기에는 껄끄러운 부분도 많기 때문에 팬으로서는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이 한 둘이 아니죠.

그러한 이야기들은 다음 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