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칼럼 쓰기 전에 정리하는 기분으로....


-진정한 패트레이버 시리즈의 핵심이자 진수. 사실 두개의 극장판을 보는 것만으로 패트레이버 전 시리즈를 감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리즈 특유의 개그나 TVA+신 OVA에서 쌓아온 독특한 케릭터들, 그리고 특차 2과 2소대라는 특이한 인물 군상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본다면 극장판을 반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존재하지만, 그런 단점을 제쳐두더라도 이 두 극장판이 엄청난 작품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1기

-1기는 인상적인 오프닝 시퀸스(까마귀와 자살하는 남자, 그리고 폭주하는 군용 레이버)으로 시작해서, 러닝타임 내내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혹자는 공각기동대 이후 드러나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곳곳에 깔려있다고 불평하기도 하지만, 공각기동대에 비해서 상당히 가벼운 느낌입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이야기 구조가 패트레이버 TVA 한 에피소드를 극장판 길이로 증가시켰다는 점, 그리고 공각기동대와 다른 철학적인 테마가 아닌 오락적인 측면을 강조한 작품이란 점에서 기존의 오시이 마모루 작품보다 더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대중성과 오시이 마모루의 색체가 적당한 접점을 찾았다고 평할 수 있겠네요.

-악역이 죽은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되어도 충분히 관객을 소름끼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초반 자살을 통해 인상적인 인트로를 이끌어 낸 에바 호이치가 사후 그의 행적, HOS에 감염된 폭주 레이버, 방주의 붕괴와 시스템의 폭주 등을 통해서 뚜렷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점에서 여태까지의 악역들과 다른 아우라를 풍깁니다. 게다가 클라이맥스 부분의 통제실에 가득찬 갈메기, 그리고 호바 에이치의 ID 카드를 발목에 찬 까마귀의 장면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명장면이었죠. 

-1기 극장판은 80년대 말 거품 경제가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얼마나 많은 축복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마크로스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아키라' 등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이 시기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인간의 손으로 그릴 수 있는 극한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1기 극장판도 그러한데, 초반 폭주 레이버가 판자로 만든 집들을 때려부수는 장면이나 방주 내에서 패트카의 시점에서 질주하는 장면, 마지막 방주가 붕괴하는 장면까지 극한의 작화력을 보여줍니다.

-TVA 내에서도 기본적으로 2소대라는 집단이 경찰 내에서도 별종으로 표현되었지만, 극장판 1기에서는 그런 성향이 더 심합니다. 극장판 내에서는 별종이다 못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집단으로 표현하더군요. 특히 고토 대장이 경찰 총장에게 '(방주가) 자연재해에 의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라고 묻는 장면에서 명확히 드러나더군요. 처음에 무슨 의미인지 잘 몰라서 고개를 갸웃 거렸지만, 나중에 그것이 '우리가 방주를 때려부수더라도, 자연재해로 인한 것으로 처리하면 된다'라는 의미라는 걸 알고 경악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서 고토 대장의 활약이 빛났던 작품. 뭐, 2기에서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2기

-2기는 패트레이버에서 무거운 부분만 추려내어서 작품을 만든 듯한 느낌입니다. 혹자는 '공각기동대 제로 다!'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애시당초부터 패트레이버 시리즈 자체가 공각기동대와 수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는 프로토타입적인 성향이 있기에 마냥 공각기동대 제로라고 칭하기엔 여러가지로 껄끄럽습니다. 패트레이버 극장판 2기는 패트레이버 극장판 2기일 뿐 입니다.

-사실상 패트레이버 시리즈의 엔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정치적인 성격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전쟁과 평화, 관료주의, 자위대와 경찰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 내전 등등 일본 내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상당히 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나 재미가 주제에 눌리지 않는다는 점은 높게 살만합니다. 특차 2과 2소대가 츠게에 맞서서 과거의 맴버들이 다시 모이는 부분이나, 전투 장면, 인물 간의 드라마 들은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다만, 1기에 비해서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2기는 2기 나름대로 재밌는 거니까요.  

-사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간단하게 정리가 안되는 작품입니다.   

-고토 대장이 나구모 대장에게 공개적으로 구혼(?)했다가 차인 작품으로도 유명하지만, 글쌔...그걸 차인거라고 해야 할까요;



나머지는 칼럼 떄 자세히 다루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