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원작 만화의 에피소드를 옮긴 세번째 극장판 '폐기물 13호')


-가끔씩, 아주 가끔씩 과거-현재-미래를 뛰어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패트레이버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획을 그은 작품이더군요.

-패트레이버에 또다른 이름을 붙이자면, '공각기동대 SAC: 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리뷰에서도 다루었지만, 공각기동대에서 체계 밖의 인물들이 체계를 수호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 구조와 각기 다양한 배경을 지닌 개성적 인물들이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측면은 이미 패트레이버에서도 드러나고 있더군요. 다만 공각기동대 SAC는 현학적이면서 어두운데 반해, 패트레이버는 밝고 가볍습니다. 하지만 밝고 가볍다는 점은 단점이 아닌 오히려 패트레이버의 미덕이자 큰 장점입니다. 만약 공각기동대 SAC와 패트레이버를 같은 열에 놓고 비교하면 서로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 이란성 쌍둥이를 보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 겁니다.

-흔히 코미디에서 희극적인 요소는 각국의 문화나 사회 구조 등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즉,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통하는 희극 요소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요즘 개그 요소들은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몸개그나 성적 개그들로 통일되는 중이죠. 

 패트레이버는 그런 의미에서 대단한 작품인데,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가지고 개그를 치는데 이게 먹힌다는 점입니다. 물론 현대사회는 서양 사회의 스텐다드를 따르기 때문에, 관료제 사회나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일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일본 사회 특유의 느낌을 살려내면서 이를 희화화 하는 실력은 굉장하더군요. 특히 개그 템포가 상당히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희화화를 뛰어넘어서 상당한 수준의 사회 풍자(특히 고래가 도쿄만에 들어오는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대단히 마음에 들더군요.

-캐릭터들 개성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케릭터는 특차 2과 제 2소대장 고토 카이치. 아니, 첫 에피소드에서부터 '더럽게 무능력하고 귀차니즘과 매너리즘에 사로잡힌 과장 A'의 포스를 풀풀 풍기는데, 그러한 인상 중에서도 위급한 순간에 보이는 그의 놀라운 판단능력과 기지를 보여주더군요. 사실, 애니메이션 20화까지 감상을 해도 이 사람이 유능한건지 아니면 무능한건지 구분이 잘 안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더군요(.....)

 결론적으로 유능한 엘리트 경찰이라는 것이 밝혀지지만, 오히려 밝혀지고 나서도 유능한건지 무능한건지 계속 햇갈리게 만드는 정말 특이한 케릭터. 더불어서 성우의 맥빠지는 연기가 정말 어울리더군요.

-끝까지 보면, 신 OVA 및 극장판 1~3기로, 기회가 된다면 만화판 22권 전질 소장 후 감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근데 지금 쓰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치성 下'에서 대단히 찝찝한게 이 작품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래저래 글의 핵심 소재인 공각기동대 SAC와 많이 연동될 수 있을텐데...더불어서 데즈카 오사무를 언급하지 않은것도 치명적인 실수였더군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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